“엄마는 도저히 엘레나 아줌마를 이길 수 없을 거야.”
나가노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여자 5㎞ 경기가 벌어진 10일 하쿠바의 설원 지대.
쏟아지는 눈속에 흐릿하게 결승점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라리사 라추티나(32·러시아)는 오딘조포의 집을 떠나올 때 딸이 한말을 떠올렸다.
올해 여덟살난 딸 알리시아는 엄마의 대표팀 동료이자 세계선수권에서 5번이나 정상에 오른 엘레나 밸베를 의식한 탓인지 “엄마가 2등만 해도 좋다”며 위로를 했던 것.
라추티나는 딸의 얼굴과 이 말을 번갈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있는 힘을 다해 폴을 눈속에 처박으며 결승점을 향해 미끄러져 갔다. 17분37초9로 골인.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라추티나는 “엄마도 해냈다”는 말을 채 잇지 못한채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세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개인전에선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고 특히 대표팀 감독과의 잦은 불화로 인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것.
그는 “감독과 싸우는 바람에 지난해여름 혼자 훈련을 쌓은게 도움이 된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15㎞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그는 92년과 94년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계주 금메달리스트.
그러나 개인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그의 딸이 우승 후보로 꼽았던 밸베는 감기로 인해 출전을 포기했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