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나 「포」만 가지고 장기를 둘 수는 없는 법. 별 볼일 없는 「졸」도 때로는 차포 이상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팀당 45게임을 치르며 5개월여의 대장정에 돌입하는 97∼98 프로농구에서 스타들의 그늘에 가려진 숨은 「진주」들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올시즌 「태풍의 눈」은 LG 세이커스의 박훈근. 93년 부산 중앙고 졸업당시만해도 고교랭킹 1위로 각광을 받았으나 고려대 재학시절엔 전희철과 현주엽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1m97, 95㎏으로 센터로선 작지만 민첩성과 순발력이 발군. 시범경기 전게임에 출장, 평균 13.3점에 4.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주전자리를 굳혔다. 팀내 득점 4위에 리바운드 2위.
박훈근과 함께 골밑을 지키는 박재헌도 상대팀에겐 요주의 대상. 센터인 그는 대학시절내내 길들여진 수비위주의 플레이를 과감히 벗어나 공격의 꽃을 피울 전망.
시즌막판까지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공수양면에서 용병에 버금가는 활약이 기대된다는 평.
가드와 포워드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는 복병은 나래블루버드의 주희정. 고려대를 중퇴하고 파랑새군단에 합류한 그는 단기간에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를 꿰찼다.
용병 두 명이 모두 센터와 포워드로 골밑에 치중하는데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부터 게임리더역할을 했던 이인규가 체력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 그가 활약할 공간은 넓다.
올해 단국대를 졸업한 김정인은 노쇠기미를 보이는 기아엔터프라이즈의 활력소. 시범경기에서 경기당 25.75점을 뽑아내 득점랭킹 6위에 올랐다.
오성식과 박수호를 방출한 SBS의 희망은 「수입토종」 조신영. 올초 일본 규슈산업대를 졸업하고 입단한 그는 착실한 득점과 리바운드가담으로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었다. 끈질긴 수비도 일품.
〈이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