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구팀 응원단이름 「붉은 악마」바꿀까요?

  • 입력 1997년 10월 25일 21시 30분


월드컵축구의 「한국대표 응원단」격인 「붉은 악마들(Red Devils)」의 호칭 개명 문제를 놓고 찬반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한국축구가 최소한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2002년 한일 공동개최 월드컵 본선까지 출전하는 만큼 「악마」란 명칭을 바꾸자는 주장이 강하다. 이에 반해 젊은층에서는 「악마」란 흔히 통용되는 애칭이고 오히려 강력한 느낌을 준다며 응원단 이름을 고수하자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붉은 악마」는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당시 4강신화를 이뤘던 한국팀을 외국 언론이 「레드 퓨어리스(Red Furies)」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한국을 시샘하는 듯한 「복수의 여신」 「원한의 영(靈)」이라는 의미인 레드 퓨어리스는 이후 「붉은 악마」로 바뀌어 사용됐고 PC통신축구동호회가 한국응원단을 구성하면서 회원 공모를 통해 응원단 명칭으로 선택했다. 강세진씨(COSMOPOL)는 PC통신에서 『악마에는 적대감과 멸시가 담겨져 있다』면서 『이 명칭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로 굳어질 우려가 있어 개명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소업체 사장 정모씨(50)는 『악마라는 명칭은 과거 한국선수들의 거친 태클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쓰인 적이 있다』며 『한국응원단의 본선 무대 활약이 최소한 2002년까지 계속되는 만큼 이름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명수씨(Mdragon)는 PC통신에서 『외국에서 불길함을 상징하는 늑대 울음소리와 보름달이 한국에서는 풍요와 건강의 상징인 것처럼 악마에 대한 거부감은 문화의 차이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정성혜(鄭聖惠·29·주부)씨는 『데블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악마라는 뜻 외에 「절대자에 대한 도전」「재능있는」이라는 뜻도 있다』며 이미 국민 사이에 널리 알려진 호칭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이같은 찬반론에 대해 절충안을 제시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고순영(高淳英·48·H그룹 이사)씨는 『한국응원단의 공식명칭을 새로 만들고 「붉은 악마들」은 애칭으로 계속 사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붉은 악마들」의 신인철(申寅澈)회장은 『여론을 파악해본 결과 8대2 정도로 지금의 명칭을 고수하자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이름을 바꾸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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