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대회 사상 최대인 2백개국이 참가한 97아테네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기록흉작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육상연맹(IAAF)은 기록수립을 부추기기 위해 상금제와 와일드카드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대회가 중반을 넘어선 7일 현재 세계신기록은 전무하다.
이는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한 스타들이 대부분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세계 육상계가 전반적으로 세대교체가 한창 진행중인 과도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
남자 1백m에선 신예 아토 볼든(트리니다드 토바고)이 예선에서 9초87, 모리스 그린(미국)이 결승에서 9초86으로 시즌 최고기록을 잇달아 세웠지만 도너번 베일리(캐나다)의 세계기록(9초84)을 깨는데는 실패했다.
남자 2백m와 4백m도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마이클 존슨(미국)이 2백m에는 아예 출전을 포기했고 4백m에선 자신의 세계기록(43초29)보다 1초 가까이 늦은 44초12로 대회 3연패를 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여자 1백m에도 게일 데버스와 그웬 토렌스(이상 미국)가 부상으로 불참했다.
7일부터 시작된 남자 중장거리도 신기록 수립의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남자 중거리의 1인자 누르딘 모르셀리(알제리)는 2주 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동생의 죽음에 크게 충격을 받아 정상 컨디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
이밖에 필드종목에서는 세계기록 보유자인 남자 멀리뛰기의 마이크 파웰(미국)이 불참했고 높이뛰기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는 발목부상으로 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장대높이뛰기에서 대회 6연패를 노리는 「기록제조기」 세르게이 부브카(우크라이나)도 34세의 나이가 걸림돌.
육상 관계자들은 9일 새벽 세계에서 가장 오래 묵은 기록 중 하나인 세바스찬 코(영국·1분41초73.81년)의 남자 8백m 기록경신에 도전하는 윌슨 킵케터(덴마크)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