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선명한 사진 더 힙해” 빈티지 디카 찾는 2030

  • 동아일보

완벽-보정 이미지 익숙한 청년들
빛 번진 사진서 자유-여유 찾아
가격 최대 3배 뛰고 대여점도 생겨
SNS엔 디카+놀이 ‘디놀’ 문화 확산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9.9m²(약 3평) 남짓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디카) 매장에 전시된 디카들.  빈티지 디카를 찾는 2030세대 손님이 많아지면서 이를 판매하는 매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태성 씨 제공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있는 9.9m²(약 3평) 남짓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디카) 매장에 전시된 디카들. 빈티지 디카를 찾는 2030세대 손님이 많아지면서 이를 판매하는 매장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태성 씨 제공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특색이 없어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덜 선명하고 약간 흔들린 사진을 올리는 게 더 ‘힙’해요.”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한 빈티지 디지털카메라(디카) 매장에서 만난 박가은 씨(24)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박 씨는 진열된 카메라 10여 대를 번갈아 찍어본 뒤 2013년 출시된 제품인 ‘캐논 파워샷 A2600’을 35만 원에 구매했다. 약 2∼3평 규모의 매장에서는 2030세대 손님 10여 명이 연신 디카 셔터를 누르며 색감과 기능, 가격을 꼼꼼히 살폈다. 매장이 비좁아 밖에서 5명가량이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 “흐릿해야 더 힙해” 디카 찾는 2030

2000∼2010년대에 출시된 뒤 단종된 빈티지 디카가 2030세대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기종의 가격은 3배 이상 뛰었고 디카 대여 매장까지 생겼다.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의 경우 최대 2억 화소에 달하지만 단종된 디카 중에는 수백만 화소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최신 스마트폰 사진의 완벽함 대신에 빛 번짐이나 노이즈가 남아 있는 사진에서 자유로움과 여유를 찾으려는 흐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올해 1∼6월 ‘디카’ 관련 검색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2% 높았다. 디카를 찾는 수요가 늘자 상권도 바뀌고 있다. 세운상가에서 18년째 디카 매장을 운영 중인 이규태 씨(69)는 “원래 2곳 정도였던 세운상가 디카 매장이 올해 5곳으로 늘었고, 7월 중 2곳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는 디카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학생 오모 씨(25)는 “디카를 찾으려고 최근 집 정리를 했다”며 “작동하는 1대는 사용 중이고, 나머지 2대도 배터리를 구해 살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성현 씨(24)는 “10만 원에도 살 수 있었던 디카가 요즘은 30만 원에도 겨우 구해진다”며 “원하는 디카 모델을 사기 위해 중고 거래 앱에서 모델명을 알림으로 설정해두고 알림이 뜨면 곧바로 확인한다”고 했다.

● 디카 대여 매장에 “디놀” 인증까지

디카 인기가 이어지면서 디카 대여 매장도 등장했다. 올해 1월부터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 디카 대여숍을 운영 중인 김민재 씨(26)는 “최근 디카 가격이 오르면서 구매 전 원하는 기종을 체험하거나 이색적인 데이트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SNS에서는 디카로 찍은 사진을 올려 취미를 인증하는 문화도 확산하고 있다. 1년 가까이 디카 사진 기록용 SNS 계정을 운영해 온 이모 씨(31)는 “설정값과 색감, 수리점 등 디카 이용 정보를 공유하는 용도로 계정을 활용하고 있다”며 “주말마다 카페나 전시, 식물원을 함께 찾을 ‘디카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고 말했다. 디카와 놀이를 합친 ‘디놀’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디카를 들고 일상을 기록한 사진을 “오랜만에 디놀” “2026년 디놀 모음” 등의 제목으로 SNS에 올려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디카 유행에는 과거 날것의 감성에 대한 동경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여 대의 디카를 보유한 조수연 씨(25)는 “부모 세대 사진처럼 자유롭고 날것의 분위기가 좋다”며 “디카 사진을 보면 실제보다 더 행복한 순간처럼 기억이 미화되는 느낌이 들어 계속 찾게 된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완벽주의나 보정된 이미지에 익숙한 젊은층이 거친 결과물에서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티지 디카#2030세대#SNS 사진#디놀#디카 대여#사진 감성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