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섞은 응원가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026.6.29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9일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논란이 담긴 응원 구호를 부른 배재고 학생 선수들과 학교 측을 대상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광주제일고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문을 전달하고 해당 학생, 지도자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직접 경기를 치르는 학생 선수들의 입을 통해 이처럼 부적절한 언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자신이 광주제일고 소속 선수라면서 ‘배재고가 경기 당일 사과를 했고 이를 받아들였다. 배재고를 비방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졌으나 사칭 계정이 올린 가짜 글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담당 부서가 배재고를 방문해 사안 발생 경위와 현장 제지 여부, 학생 선수 지도 과정, 학교의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 교육 계획을 종합적으로 확인·점검하겠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역사적 아픔을 희화화하거나 특정 지역을 조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은 교육적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학생 스포츠 현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서 “광주제일고 야구부 선수단과 학부모님, 동문 여러분 그리고 광주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만 “교육적 조치와 별개로 학생 개인에 대한 신상 공격이나 과도한 비난이 확산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며 “이번 사안이 교육의 원칙과 절차 안에서 다루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배재고뿐 아니라 운동부를 운영하는 서울 소재 전 학교를 대상으로 “경기장 내 혐오·차별 표현 근절, 상대 팀과 지역사회 존중, 스포츠정신, 인권 감수성, 역사 인식에 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규연 교장은 이날 항의문에서 “승패를 떠나 정정당당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의 장인 이곳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혐오와 조롱의 언어가 여럿의 목소리로, 큰 소리로 울려 퍼진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는 지역을 넘어서 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큰 실망을 주는 행위이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비도덕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대 선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는 스포츠 경기의 기본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바탕”이라며 “이번 일은 저를 포함한 광주제일고 구성원은 물론 전남광주특별시민들, 나아가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고 지적했다.
배재학당총동창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배재고 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배재학당총동창회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일부 학생들의 일탈행위로만 치부되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도의적·관리적 책임을 지고 교장은 즉각 사퇴하여야 한다”고 했다.
배재고는 전날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문제는 배재고의 응원 구호가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폄하 논란이 일었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벤트를 연상시키는 구호라는 것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달 18일 텀블러 판매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탱크데이’, ‘책상의 탁’ 등의 문구를 활용해 5·18 민주화 운동 희화화,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광주제일고 측은 곧바로 심판진에 강하게 항의했다. 광주제일고의 한 코치는 “적당히 해라”, “스타벅스를 왜 가 이 XX들아”라며 거세게 항의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결국 심판진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다.
경기 후 배재고는 사과문에서 “해당 학생 선수를 즉시 제지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경기 후 광주제일고 야구부 측에도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응원은 상대 학교와 지역 사회를 존중해야 하는 스포츠 정신에 어긋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역사적 의미와 지역 사회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며 “학교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SNS에는 자신이 ‘광주제일고 김민혁 선수’라면서 “경기가 끝난 후 배재고 선수들이 직접 찾아와 후배들을 대신해 정말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 (배재고) 선배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고개 숙여 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많은 걸 느꼈고 진심 어린 사과가 있었던 만큼 이제는 저희도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한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이 글은 사칭 계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제일고 야구부 측은 소속 선수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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