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빠진 아이 3명 구했던 교사…마지막에도 4명 살리고 떠났다

  • 동아닷컴
  • 입력 2026년 6월 30일 11시 00분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 폐, 양측 신장 나눠
2012년엔 하천 빠진 유치원생 구해 표창 받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김상현 씨(58).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한 김상현 씨(58).
10여 년 전 하천에 빠진 유치원생 3명을 구조해 표창을 받았던 전직 체육교사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 위험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 나눔을 실천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18일 원광대병원에서 김상현 씨(58)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의 환자에게 간과 폐, 신장(양측)을 나누고 떠났다고 30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달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병세는 가파르게 악화해, 한 달여 만에 뇌사 상태에 이르렀다.

가족들은 김 씨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막막했지만 깊은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가족들은 고인이 누군가의 삶 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쉴 수 있다면 가족을 떠나보내며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기증원은 전했다.

● 하천에 빠진 아이들 구했던 ‘참스승’…마지막도 생명 나눔
김 씨는 평소에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면 망설임 없이 돕던 인물이었다. 그는 지난 2012년 전북 전주의 한 하천에서 물에 빠진 유치원생 3명을 구조해 전북지방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고인의 첫째 딸은 “아버지가 위험에 처한 학생과 아이들을 여러 차례 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헌혈도 꾸준히 할 정도로 늘 남을 먼저 생각하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씨는 약 20년간 중·고등학교 체육교사로 근무했다. 마라톤과 테니스 등 운동에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보였고, 교직을 떠난 뒤에도 최근까지 테니스 지도자로 활동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제자들은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지도했던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기증원은 전했다.

● “하늘나라에서는 마음껏 운동하세요”…딸들의 마지막 인사

세 딸의 아버지였던 김 씨는 가족에게도 다정하고 유쾌한 가장이었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등산을 다니고, 딸들과 테니스를 즐기며 소중한 추억을 쌓았다.

첫째 딸은 “평생 누구보다 활발하게 살아오신 아버지가 갑자기 병상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떠나신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며 “하늘나라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시고, 운동도 마음껏 하셨으면 좋겠다. 효도를 많이 하지 못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했던 김상현 님의 삶은 마지막 순간에도 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나눔으로 이어졌다”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누적 뇌사 장기기증자는 지난 29일 기준 23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뇌사 장기기증자는 370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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