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울산 시민들의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던 성남동 시계탑 사거리가 새 단장을 마쳤다. 12일 열린 시계탑 명소화 사업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6년 만에 운행을 재개한 모형 기차와 함께 원도심 재도약을 기원하고 있다. 울산 중구 제공
울산의 추억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한때 “시계탑 앞에서 보자”는 말이 약속의 대명사였던 중구 성남동 시계탑 사거리에 6년 만에 기차가 돌아온다. 울산 원도심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상징 공간이 역사와 이야기를 입고 새롭게 단장했다.
울산 중구는 운행이 중단됐던 시계탑 사거리 모형 기차를 새로 제작해 운행을 재개하고, 일대를 역사와 추억이 공존하는 원도심 명소로 조성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사업에는 국비와 시비 등 4억5000만 원이 투입됐다. 새 모형 기차는 전체 길이 10m 규모로 증기기관차와 석탄차, 객차 4량으로 구성됐다. 2020년 운행 중단의 원인이 됐던 잦은 고장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내구성을 강화했고, 객차 창문과 시계탑 주변에는 발광다이오드(LED) 경관 조명을 설치해 야간 경관도 한층 밝아졌다. 중구는 단순히 기차를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계탑 일대에 울산의 철도 역사를 함께 담아냈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인근에 들어섰던 경동선 울산역을 모티브로 골목 입구를 기관차 모양으로 꾸미고, 과거 울산역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디지털 안내판과 기념석, 기차 조형물을 설치했다. 원도심 골목 곳곳에 울산의 시간을 녹여낸 셈이다.
성남동 시계탑 사거리는 울산 시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1966년 처음 세워진 시계탑은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시민들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였다. 시계탑을 중심으로 재래시장과 극장가, 상점들이 밀집하며 울산 최대 번화가를 형성했다. “시계탑 앞에서 보자”는 말은 자연스럽게 약속의 상징이 됐다. 당시 성남동은 쇼핑과 문화, 만남이 모두 이뤄지던 울산의 중심지였고, 시계탑은 도시의 성장과 시민들의 일상을 함께 지켜본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상권의 중심이 남구 삼산동으로 이동하면서 성남동 원도심은 점차 활력을 잃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1998년 시계탑이 다시 세워졌고, 이후 상징성을 더하기 위해 시계탑 위를 달리는 모형 기차가 설치됐다. 하지만 잦은 고장으로 인해 2020년 운행이 중단되면서 시민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중구는 이번 재정비를 계기로 시계탑 일대를 단순한 조형 공간이 아닌 원도심 관광과 문화의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최근 성남동 일대에는 젊은 층을 겨냥한 카페와 음식점, 문화 공간이 잇따라 들어서며 상권 회복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계탑과 경동선 스토리텔링 공간이 원도심 재생의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