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4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약수역 사거리에서 중구 도시디자인과 직원들이 철거한 선거 현수막을 1t 트럭에 담고 있다. 중구가 제거해야 하는 관내 현수막은 620여 개로 각목 무게까지 포함하면 2t에 육박한다. 김다인 기자 daout@donga.com
6·3 지방선거 다음 날인 4일 오전 11시경 서울 중구 약수역 사거리에서는 중구 도시디자인과 직원들이 선거 현수막을 떼어내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현수막을 고정한 노끈을 잘라내고 각목으로 둘둘 말아 모으자 1t 트럭 적재함이 금세 가득 찼다. 이들이 제거해야 할 관내 현수막은 620여 개로 각목까지 포함하면 2t에 육박하는 무게다. 이날 작업 현장에 투입된 한 직원은 “지방선거는 출마자가 많아 현수막을 떼어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전국 폐기물 처리장에는 쓸모를 잃은 선거 현수막이 몰려들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은 선거가 끝난 뒤 정당과 후보자 등 설치한 주체가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며칠씩 방치되다가 지방자치단체가 대신 철거해 폐기하는 게 보통이다.
선거 현수막은 일회성 쓰레기이자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적받아 왔다. 폴리염화비닐(PVC)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합성수지로 만든 탓에 잘 썩지 않고, 소각하면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에 따르면 1t을 소각할 때마다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는 PVC의 경우 1.4t이며, PP에선 3.1t이 나온다.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소각되는 현수막이 보통 400t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매번 최소 600t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폐현수막을 자원으로 다시 쓰려는 노력 덕분에 재활용률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21대 대통령선거 당시 발생한 폐현수막 1062t 중 610t(57.4%)이 재활용됐다. 2024년 22대 총선(29.2%)이나 2022년 8회 지방선거(24.8%)에 비해 개선된 수치다.
일부 지자체는 선거 전부터 현수막을 재활용할 채비를 해뒀다. 서울 송파구는 수거될 300여 개의 폐현수막 중 80%를 재활용할 계획이다. 5일 송파구 직원 5명은 지하철 5호선 개롱역 교차로 일대에서 수거한 현수막을 오금동의 한 재활용 창고로 실어 날랐다. 창고 직원 이경숙 씨(66)는 “그냥 버려질 수도 있는 폐현수막을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제품으로 되살리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현수막 1장은 가방 5개나 앞치마 2개로 변신해 관내 유치원과 복지관 등으로 전달된다.
합성수지 대신 친환경·재활용 소재를 활용한 현수막의 사용을 유도하자는 제언도 나온다. 프랑스는 후보가 발송하는 선거 홍보물 등에 재활용 섬유를 50% 이상 함유한 종이 등을 사용했을 때만 비용을 보전해 주고 있다. 소순창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선거 공보물에 대한 ‘탄소 중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할 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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