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92년 이후 30년 넘게 유지된 기존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와 백모 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형을 깨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시술받으려는 사람의 헌법상 기본권과 문신 행위를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의 직업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문신 행위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료인이 등장하기 전부터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와 직접적 관련 없이 이뤄졌다”며 “문신과 관련된 미적인 지식과 기능, 경험 등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의료인에 버금가는 의학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어야만 성공적인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의료법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의사로부터 문신 시술을 받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비의료인에 문신 시술을 전면 금지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해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신 시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합법적으로 충족되지 않는 사회를 만듦으로써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92년 눈썹 문신을 무면허 의료 행위로 규정했던 판례에 대해서도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 판단을 수정했다. 대법원은 “보건 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실천 정도가 현저히 개선됐다”며 “문신 시술은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른 것이고, 이미 일반인이 자연스럽게 접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문신 시술 행위를 의료법상 처벌 대상인 무면허 의료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박 씨는 2020년 미용실에서 두피 문신을 시술한 혐의로 원심에서 벌금 150만 원이, 백 씨는 패션잡화 판매점에서 레터링 문신을 시술한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한편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의 문신사법은 지난해 9월 제정돼 2027년 10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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