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철도고의 입학설명회. 학생, 학부모 등 500여 명이 참석하여 설명을 듣고 있다. 용산철도고 제공
전국 특성화고등학교의 신입생 모집이 마무리되면서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중학생 수 자체가 줄어드는 가운데, 직업계고 지원은 과거처럼 전반적 증가로 설명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 단순히 지원자 수의 증감만으로 직업계고의 위상을 판단하기보다는 어떤 계열과 학교에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지를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로 선택 기준이 ‘안정적 취업’에서 ‘관심 분야 체험과 적성 탐색’으로 이동하면서 직업계고 내부에서도 계열별 온도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통 있는 특성화고가 많은 서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직업계고는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을 통해 71개교에서 1만 290명을 모집했다. 1만3055명이 지원해 충원율 95.5%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높은 충원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진로체험 프로그램 1408개, 입학설명회와 캠프 423회에 연인원 2만8463명이 참여하는 등 외형상 진로 안내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학교 현장과 교육청 차원에서 직업계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수치 이면의 흐름은 다르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이제는 전체 충원율보다 지원이 어디로 몰렸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예능·체능, 방송·관광 등 콘텐츠·서비스 계열로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공업계 특성화고는 전반적으로 지원 감소를 겪고 있다. 제조업 고도화와 기술 인력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공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공업계 직업 교육은 ‘산업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선택받기 어려운 분야’라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는 평가다. 이는 직업계고 지원 흐름이 산업 구조 변화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처럼 공업계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용산철도고는 2년 연속 공업계 지원율 1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부 계열에서는 지원율이 25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공업계 하락이라는 큰 흐름과 뚜렷이 대비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공업계 안에서도 학교별 경쟁력 차이가 수치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용산철도고의 사례는 ‘왜 어떤 공업계 학교는 선택받고, 어떤 학교는 어려워지는가’라는 질문을 다시 던진다. 현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홍보 효과로 보지 않는다. 철도라는 산업의 전망, 교육 과정과 직무의 명확한 연결, 실습 중심 교육에 대한 신뢰, 그리고 산학 협력의 지속성이 결합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직업 교육’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진로 선택 과정에서 정보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해졌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교육의 결과는 외부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제1회 서울 직업계고 학생 로봇대회(SSRC)에서는 용산철도고를 중심으로 구성된 연합팀 ‘터틀리스’가 종합 1위, 또 다른 연합팀 ‘중간만’이 종합 3위에 입상했다. 철도·기계·제어 기반 교육을 바탕으로 다른 학교와 협력해 성과를 낸 사례다. 전공 중심 실습 교육이 문제 해결력과 융합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학교 교육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직업계고 모집은 이제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시장’이 아니라, 학교와 계열의 경쟁력이 수치로 드러나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예능·방송·관광 계열로의 쏠림과 공업계 전반의 약세 속에서도 용산철도고가 2년 연속 기간산업 분야 지원율 1위를 기록한 사실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학생과 학부모는 더 이상 막연한 직업 교육이 아니라 산업과 교육의 연결이 설명되는 교육에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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