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기간,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청의 ‘일부’ 해명을 거짓이라며 “지휘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김민석 국무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논란과 관련해 경찰청에 사실관계 확인과 개선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그러나 전국경찰직장협의회(전협)는 “경찰청의 해명이 거짓말”이라며 지휘부의 무능을 강하게 비판했다.
12일 전협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APEC 경찰 사진전’을 통해 현장 경찰들의 열악한 근무 상황을 공개했다. 사진 속에는 경찰들이 땅바닥에 박스를 깔고 잠을 청하거나, 무대에 서서 식사를 하는 모습이 담겼다.
전협 측은 “청장이 당시 열악한 상황에 놓였던 경찰이 일부라고 주장했지만, 경찰 내부망에는 수천 개 글이 올라왔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 “리조트라더니 난민촌 수준”…현장 경찰들 분노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APEC 경호와 질서 유지를 위해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와 인근 숙소에 하루 약 4500명의 경찰이 투입됐다. 이 중 3200명은 버스 안이나 주차장 등 야외에서 대기해야 했다. 전협은 “숙소라고 배정된 곳에는 바퀴벌레가 나왔고, 일부는 영화관 무대나 복도에 담요를 깔고 잤다”며 “‘리조트 숙소’라더니 실제로는 난민 수용소나 다름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현장 경찰들의 증언에 따르면 “영화관 카펫에는 몇 년치 먼지가 쌓여 있어 두 시간만 누워도 목이 아플 정도였고, 한파 속에 담요 한 장으로 버텨야 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해명했지만, 전협은 “실제로는 16시간 이상 대기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하루 2시간 대기라는 설명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남녀 경찰이 혼숙하도록 배치돼 논란이 됐다. 전협은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던 지휘부가 이번엔 여경의 분리 수면 요청조차 묵살했다”고 밝혔다.
● “1만 원 식사라더니 개밥 수준”…부실 급식 논란
APEC 현장 경찰에게 제공된 1만 원 식사(왼쪽)는 시중에서 파는 5천 원 편의점 도시락(오른쪽)보다 질과 양 모두 떨어진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전협은 경찰들에게 제공된 식사도 “1만 원 식사라기엔 편의점 도시락보다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밥과 반찬 몇 가지가 한 접시에 뒤섞여 나왔고, 국이나 물조차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일부 경찰은 주변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식당이 없어 꼬치 하나로 점심을 때운 사례도 전해졌다.
● “사과 대상은 언론이 아니라 현장 경찰”
APEC 정상회의 기간, 경찰관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경찰청의 ‘일부’ 해명을 거짓이라며 “지휘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사진=전국경찰직장협의회,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김민석 총리가 경찰청에 현장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지시했지만, 전협은 “경찰청은 언론과 정부에만 사과했을 뿐 정작 현장 경찰관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협 관계자는 “사과해야 할 대상은 현장 경찰관들”이라며 “국민들도 경찰 조직이 근본적으로 바뀌길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제도와 지휘 구조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조직 전체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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