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위를 달렸다” 아찔한 마라톤 현장…문체부 뒤늦은 법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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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뉴스1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뉴스1
국내 러닝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며 전국 곳곳에서 마라톤 대회가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관리 규정이 미흡해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권고 수준에 머물렀던 안전 규정을 전면 재검토할 방침이다.

● ‘천만 러너 시대’…대회 13배 늘었지만 사고도 급증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정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는 총 254회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19회에서 13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서울 YMCA 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YMCA 마라톤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뉴시스
같은 기간 참가 인원은 9300명에서 100만8122명으로 108배 이상 급증했다. 대규모 대회도 빠르게 늘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열린 전체 대회 중 1000명 이상이 참가한 비율이 63%(507회)에 달했다.

사고 발생 건수도 급격히 늘었다. 2020년 이후 총 179건의 사고가 보고됐으며, 그중 40%(63건)가 지난해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운영 인력과 안전장치가 대회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코스 통제 미흡·안전요원 부족…“예견된 사고”

전국체전 하프마라톤 도중 진행요원의 통제를 오해한 차가 참가자를 들이받았다. MBC 유튜브 갈무리
전국체전 하프마라톤 도중 진행요원의 통제를 오해한 차가 참가자를 들이받았다. MBC 유튜브 갈무리
실제 지난해 10월 김해 전국체전 하프마라톤에서는 한 선수가 진행요원의 안내 착오로 차량과 충돌해 골절상을 입었다. 주최 측이 차도를 고깔 몇 개로만 구분해놓은 채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 ‘예견된 사고’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같은 달 서울 올림픽공원 인근 대회에서는 자전거 도로와 마라톤 코스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아 참가자 사이를 자전거가 질주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SNS에는 “한강 통제가 안 돼 자전거와 부딪쳤다”는 참가자들의 사진과 후기가 잇따랐다.

이 밖에도 부산·김포 등 여러 지역 대회에서 차량 통제 미비, 반환점 안내 누락, 급커브 구간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한 충돌 위험이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 안전 관리 규정은 권고에 그쳐…실효성 없다

마라톤 참가자와 자전거 탑승자가 혼잡하게 섞여 있다. 스레드 @cyclist_190 갈무리
마라톤 참가자와 자전거 탑승자가 혼잡하게 섞여 있다. 스레드 @cyclist_190 갈무리
이처럼 사고가 반복되지만,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마라톤 대회의 안전관리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체부가 박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체육행사는 주최자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이를 제출하거나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의 허점 때문이다. 법령은 안전관리계획 수립만 명시하고, 이를 미제출하거나 지키지 않아도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해 28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한 ‘2024 썸머 나이트런’의 경우, 신청 인원은 6000명으로 보고됐으나 실제 참가자는 1만 명을 넘었다. 하남시가 사전 점검을 했음에도 현장 개선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 “지자체가 안전 규정 점검” 연내 개정안 추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경. 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의 전경. 뉴시스
문체부는 연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체육 행사 관리 주체를 지자체로 확대하고, 안전관리 미이행 시 제재 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현재 법은 안전관리계획 수립만 의무화돼 실효성이 부족하다”며 “앞으로는 주최자가 지자체에 계획서를 제출하고, 지자체가 현장 점검 및 미이행 시 제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올해 안에 국회 제출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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