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 2심 무죄에… 법조계 “檢 책임묻는 시스템 있어야”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5일 03시 00분


“檢 수사리스크 없으니 함부로 기소… 무죄 확정-중대 오류땐 책임 물어야”
美, 예비청문절차로 기소 여부 판단
日, 검찰심사회 통해 부당처분 견제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57)이 1, 2심에서 19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항소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검찰 안팎에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될 경우 검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 법조계 “검찰 책임 시스템 있어야”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비판을 받았다. 2018년 12월 삼성물산 압수수색으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처음엔 분식회계에 초점을 뒀다가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확대했다. 2019년 8월 이복현 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으로 온 뒤에는 부당합병 의혹으로 수사가 확대됐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2016년 국정농단 수사 때 이미 조사를 끝냈던 부당합병 의혹까지 무분별하게 수사를 확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2020년 5월 이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까지 1년 5개월이나 걸렸다.

검찰의 무리수는 2020년 6월 정점을 찍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10 대 3 의견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국민적 의혹 사건’이라며 이 회장 기소를 강행한 것이다. 당시 수사심의위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심의위에 참여하기 전에는 분식회계가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양측 의견을 들어보니 이 회장의 행동들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찰이 정치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무리한 기소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인정되면 법원이 공소를 기각하는 등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견제하는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도 공소권 남용이 인정되면 법원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지만, 검사의 고의성이 명백히 입증돼야 해 극히 일부 사건에서만 가능하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권 남용을 형사소송법에 명확히 규정하고, 남용이 인정되면 재판부가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려 사건을 조기에 종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적으로 항소·상고 시스템을 촘촘히 구축해 기계적인 항소나 상고를 걸러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심 선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 운영되는 항소심의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며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검사가 참여해 유무죄 가능성을 심도 깊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고인의 무죄가 확정될 경우 해당 사건을 수사하거나 기소한 검사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리스크가 없으니 함부로 형사 입건해 구속하고 기소한다. 무죄가 나와도 책임지는 자가 한 명도 없다”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자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국, 일본 등 무리한 기소 막는 제도 운영

해외에선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막는 제도를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예비청문 절차(Preliminary Hearing)’ 제도다. 예비청문 절차에선 중범죄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법원이 기소의 타당성을 직접 확인한다. 검사가 판사에게 예비공소장을 전달하고, 피고인이 재판을 받아야 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는 점을 규명하면서 기소 여부를 법원으로부터 판단받는 것이다. 판사가 기소를 허락하는 즉시 정식 재판기일이 잡힌다.

영미법계 국가들은 구체적 기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검사의 재량권을 통제하기도 한다. 미국은 연방 법무부 홈페이지에 기소 매뉴얼을 공표하고, 영국 검찰청(CPS)은 가이드라인 격인 ‘풀 코드 테스트(The Full Code Test)’를 통과한 사건만 기소할 수 있다. 풀 코드 테스트에 따라 ‘증거 기준’과 ‘공공의 이익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기소가 취소될 수 있다. 일본은 검찰의 부당한 처분을 견제하기 위해 ‘검찰심사회’라는 기구를 1948년부터 운영 중이다. 지방법원 등에 165개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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