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도의 밤, 한파쉼터 절실한데”… 서울 저녁6시 90% 폐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3일 03시 00분


공지보다 일찍 닫고 주말 안 열어
문 두드리고 벨 눌러도 반응 없어
자치구들 비용-인력 모자라 고심
서울시 “연장운영 강제 쉽지않다”

일요일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한파쉼터’의 문이 닫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한파쉼터 10곳 중 9곳은 야간에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요일인 1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한파쉼터’의 문이 닫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한파쉼터 10곳 중 9곳은 야간에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밤에 따뜻하게 쉬고 싶어도 늦게까지 안 하는 것 같더라고요.”

12일 오후 4시 ‘한파쉼터’ 간판이 붙은 서울의 한 경로당 앞에서 이모 씨(73)가 발길을 돌리며 말했다.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이 한파쉼터가 주말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고 돼 있었지만, 경로당의 정문은 이미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가 문을 두드리고 벨을 눌러봐도 불 꺼진 내부에서 인기척은 없었다.

약 2km 떨어진 다른 한파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서울시 자료에는 주말 및 공휴일 운영 시간이 ‘11시∼17시’로 적혀 있었지만, 오후 4시 반경 입구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고 내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 24시간 한파쉼터는 서울 전체 5곳뿐

밤이면 기온이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숙인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서울시 한파쉼터 10곳 중 9곳이 야간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에는 아예 운영하지 않고 공지된 운영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 곳도 여러 곳이었다.

12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한파쉼터 1358곳 중 평일 오후 6시 이후 개방하는 곳은 126곳에 그쳤다. 전체의 9.3%다. 126곳 중에서도 24시간 밤새 운영하는 곳은 강북구청과 영등포 노숙인 시설 4곳(희망지원센터·햇살보금자리·보현종합지원센터·옹달샘드롭인센터 응급구호시설) 등 단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21곳 가운데 4곳은 오후 8시, 21곳은 오후 9시면 문을 닫았다. 주말에는 아예 운영하지 않는 쉼터도 1224곳에 달했다. 12일 동아일보가 서울 시내 한파쉼터들을 방문한 결과 홈페이지에 안내된 운영 시간을 지키지 않는 곳도 많았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은 야간도 아니고 비교적 이른 오후였다.

한파쉼터는 겨울철 강추위로부터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실내 대피 공간이다. 보통 노인복지관, 경로당, 주민센터 등 공공시설을 한파쉼터로 지정해 기초지자체가 인력과 예산을 지원한다. 서울시에서는 경로당 등 노인 시설 780곳, 동 주민센터 366곳, 도서관 등 문화시설 20곳 등이 한파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이용자에 제한은 없지만 노숙인, 홀몸노인 등 겨울에 난방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주로 쉼터를 이용한다.

하지만 정작 기온이 떨어지고 다른 실내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야간에 문을 여는 쉼터가 적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해 ‘한파 쉼터 지정·관리 지침’을 두고 야간 및 24시간 운영하도록 주문하고 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에 운영 권한이 있는 한파쉼터 특성상 운영비와 관리 인력의 문제 등으로 연장 운영을 강제하기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인력과 예산 문제로 행정 편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 “공익형 일자리 활용하는 방안도”

한파쉼터의 실효성 문제는 사실 꾸준히 제기됐다. 다른 광역 지자체에서도 운영 인력과 예산을 이유로 한파쉼터가 일찍 문을 닫거나 운영 수를 줄여 문제로 지적됐다. 서울시는 이에 한파특보 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한파 응급대피소를 별도로 열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2일 기준 서울 전체 73곳이지만 특보 시에만 운영하는 데다 한파쉼터에 비해 그 수가 크게 적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파쉼터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해 야간에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노인 일자리 등 공익형 일자리 사업으로 그 빈틈을 메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밤이 더 추운 겨울철에는 조금 더 쉼터를 길게 열 수 있도록 지역사회, 민간 복지시설들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파쉼터#겨울철 강추위#실내 대피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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