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응급환자 증상 말하니 “심근경색 의심” 이송병원 추천

  • 동아일보

AI가 응급실 과밀도-이송거리 분석
최적 병원 제시해 20여분 단축 기대
이르면 내달부터 대구서 시범 운영

12일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열린 ‘응급의료 인공지능 전환(AX) 기술 시연회’에서 가상의 응급환자가 구급대원에게 “가슴이 아프다”고 하자 AI가 자동으로 ‘흉통’이라고 증상을 입력하는 등 구급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12일 대구 경북대병원에서 열린 ‘응급의료 인공지능 전환(AX) 기술 시연회’에서 가상의 응급환자가 구급대원에게 “가슴이 아프다”고 하자 AI가 자동으로 ‘흉통’이라고 증상을 입력하는 등 구급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12일 대구 경북대병원 강당. 가슴을 움켜쥔 응급환자가 119구급대원에게 “속이 울렁거리고 숨이 찬다. 고혈압 약을 먹고 있다”며 증상과 병력을 말했다. 구급대원은 곧바로 환자의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했다. 그러자 인공지능(AI)이 ‘흉통’ ‘팔 저림’ ‘고혈압’ 등 환자 정보와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입력한 뒤 환자 중증도(1∼5단계)를 ‘2단계, 긴급’으로 분류했다. 이어 구급대원이 환자 심전도를 측정하자 모니터엔 ‘[시간 민감성 환자 알림] 심근경색으로 의심되는 환자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AI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이송할 병원을 검색하자 경북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 순으로 최적의 이송 병원을 추천했다. AI가 각 병원의 응급실 과밀도와 이송 거리, 의료 자원 현황을 분석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병원을 추려낸 것이다. 이 중 한 병원이 ‘수용’ 버튼을 누르자 환자 데이터가 해당 병원으로 전송됐고, 병원은 즉시 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닌 ‘응급의료 AI 전환(AX) 기술 시연회’의 한 장면이다. 이날 소개된 대구·경북형 스마트 이송 체계는 경북대병원이 2024년부터 보건복지부 연구개발 사업인 ‘한국형 ARPA-H’를 통해 개발한 ‘세이브-알(SAVE-R)’ 플랫폼이다. 환자 중증도 판단부터 병원 선정, 응급실 진료까지 전 과정에 AI를 도입해 구급대원과 의료진의 의사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전문가들은 SAVE-R을 통해 응급환자 이송 시간을 평균 20분가량 단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중증도 분류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병원에 전화를 돌리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류현욱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가 전달되면 응급실은 수용을 결정하기 어렵다”며 “이 플랫폼은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가장 빨리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을 찾아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시스템과 달리 각 병원은 서로의 응급실 자원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의료진이 지역 전체의 응급실 여력을 파악한 상태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박정환 복지부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장은 “다른 병원 상황이 더 어려우면 ‘이 환자는 우리가 받아야겠다’고 이타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VE-R은 이르면 다음 달 대구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6곳과, 구급차 30대에 설치돼 시범 운영된다.

병원 도착 후에는 AI 기반의 ‘이지스(AEGIS)’를 활용한다. 구급일지, 초진 정보, 과거 의료 이용 이력 등을 분석해 응급실 의료진의 진단과 처치를 돕는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데이터혁신센터장은 “기존에 전화로 확인했던 내용을 AI가 대신해 줘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음성 인식과 진단 등의 과정에서 AI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과제다. 현재 AI 진단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시연을 참관한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AX가 응급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전국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인공지능#병원 이송#스마트 이송 체계#응급실 과밀도#의료 자원 관리#AI 진단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