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코인 사기’ 피의자 만난 시도청장 사실관계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9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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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 중인 피의자를 자신의 집무실에서 만난 시도경찰청장 A 씨에 대해 경찰청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A 청장의 비위 혐의점이 발견되면 감찰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A 청장에 대한) 관련 보도를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결과 나오는 것을 보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위 사실이 발견되면 감찰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코인업체 관계자 최모 씨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 청장과 손을 잡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최 씨는 ‘청장님실’, ‘A 청장님’ 등의 문구도 사진과 함께 적어 친분을 과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해 4월경부터 유명인을 내세워 가상화폐 투자금을 모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는데, A 청장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경찰서를 관할하는 상위 책임자다. 경찰은 곧 최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최 씨와 연관된 가상화폐에 투자한 피해자 측은 이날 A 청장을 직무유기,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최 씨가 경찰 최고위 관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신뢰감을 갖고 투자했던 만큼, 만남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입장이다.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홍푸른 변호사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최 씨와) 같이 하고 있어 (투자가) 안전하다는 왜곡된 인식을 줄 수 있다.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위”라며 “피해자를 더 많이 나오게 한 만큼 공익적인 목적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최 씨를 만난 사실을 14일 이내에 소속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사건에 대해 회피 신청을 해야 했지만, A 청장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A 청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한 고향 선배가 자기 아들을 데리고 사무실에 차를 마시러 오겠다고 해 허락했는데 (아들 친구라는) 최 씨가 불쑥 같이 찾아왔다”며 “아들 격려 차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자고 해 찍힌 사진이지 최 씨가 진행 중인 사건의 피의자인 것도,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해명했다. 또 “최 씨가 피의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부터는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오히려 ‘엄정히 수사하라’고 지휘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시도경찰청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권익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고향 선배 아들의 지인은 가족 내지 친족이 아니므로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되지 않아 14일 이내 신고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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