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번 읽은 효과… 카드에 독후감 써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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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 카드’ 독서법 개발한 허필우 부산시 홍보관
한 장에 핵심 문장-내용 등 작성… 독서-요약-재확인 과정 거치며
한 번 읽은 책 잊지 않게 해주고,업무 문서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

“GC 카드, 나는 이렇게 썼다”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과 직접 독서 내용을 기록한 GC 카드.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GC 카드, 나는 이렇게 썼다”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과 직접 독서 내용을 기록한 GC 카드.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걸 활용해 독후활동을 해보세요. 삶이 더욱 풍성해질 겁니다.”

13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9층 사무실.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58)은 수백 장의 카드가 빼곡하게 담긴 아크릴 상자를 내밀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가로 15cm, 세로 10cm 크기에 두꺼운 종이 재질의 카드 앞뒤엔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허 담당관은 이것이 ‘GC(게인체인지·Gain Change) 카드’라고 소개했다. 가장 인상 깊은 책의 핵심 문장(Copy)과 책의 내용 요약(Contents), 독서 후 자신에게 나타난 변화(Change), 책을 읽고 얻은 지혜와 지식(Gain) 등이 손글씨로 카드 한 장에 모두 담겼다. 허 담당관은 “아무리 책이 두꺼워도 이 카드 한 장에 모든 내용이 압축된다”며 “2015년부터 GC 카드를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약 300장의 카드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카드 한 장이면 컴퓨터에 저장하거나 노트에 적어둔 독서 기록을 뒤지지 않아도 책의 내용을 쉽게 다시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담당관은 “직장의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고민이 생길 때마다 상자 안의 카드를 꺼내 읽다 보면 갑자기 문제의 해결책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했다.

GC 카드로 책을 3번 읽는 효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천천히 독서한 뒤 책의 핵심 내용을 GC 카드에 옮겨 적으며 다시 책을 읽고, 모아둔 카드를 뒤적일 때마다 책 내용을 다시 떠올린다는 것. 허 담당관은 “책상 위에 여러 카드를 펼쳐두고 철학과 역사, 예술 등으로 분류하고, 책들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며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
허필우 부산시 홍보담당관
허 담당관은 이렇게 자신이 개발한 GC 카드를 활용한 독서법을 지난해 12월 출간한 ‘한 번 읽은 책은 절대 잊지 않는다’에 구체적으로 담았다. 초판 2000권이 한 달 만에 완판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그는 GC 카드 활용 독서법을 지난해 3월 특허로 출원하기도 했다. ‘독서카드 기반 지식의 공유와 창출 방법’이 출원한 특허의 핵심 내용이다. 독서 결과를 핵심 항목으로 기록해 개인과 단체가 추후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허 담당관은 “특허가 성공적으로 등록되면 GC 카드를 통해 효율적으로 책을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더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 담당관도 오래된 ‘책벌레’는 아니었다. 대학 입학 전까지 완독한 책은 조선왕조실록 등 2권뿐이었고 대학에서도 전공 서적만 읽었다고 한다. 30대 중반까지 자치구에서 수동적으로 일했던 그는 “생각 없이 살지 말라”며 아내가 권유해 책을 손에 잡았다고 한다. 허 담당관은 “독후감을 적으며 책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고, 어려운 업무 문서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었다. 전문 서적에서 얻은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시책도 다양하게 제안했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뒤 4급 서기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독서가 원동력이었다고 회고했다. 재직 중 대학원에 다니며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도 따냈다.

“책은 공기와 같다. 과호흡도, 무호흡도 안 된다”는 게 지론인 그는 1주에 1권 안팎의 책을 읽고, 1년에 약 50개의 GC 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허 담당관은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이들에 대해 “스포츠나 부동산 등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 당장 GC 카드를 적지 않더라도 책을 읽은 뒤에는 반드시 손으로 메모를 남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년퇴직 전까지 1권의 책을 더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허 담당관은 “퇴직 후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 결과를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 최근 퇴직자와 퇴직 예정자, 청년 재직자 등 2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gc 카드#독후감#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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