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받지 않았나” VS “소설 쓰지 마라”…법정서 고성 이어진 까닭은[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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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2022년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56화입니다.

“수법을 잘 아시는 만큼 피해가는 방법도 아시는 것 같습니다. 정진상 뒤에 숨어 있으니 본인한테 안 올것이다(라고) 부인하면 되니까요. 그걸 진짜 모르셨습니까?”

30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311호 법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사이에 벌어진 설전 때문이었는데요. 둘의 설전은 이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하는 과정에서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1.30. 뉴시스


● “수법을 잘 아니 피해가는 법도 아는 것 아니냐”…법정서 고성

이 대표는 이날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유 전 직무대리를 직접 신문했습니다. 이 대표는 “(성남시) 간부 회의에 도시공사 사장과 함께 여러차례 참석했을 때 (제가) ‘업자들하고 어울려다니거나 뇌물을 받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걸린다. 관청 근처 사업자 뒤져서 횡령 배임으로 건 다음에 공무원들 관계 추궁한다. 그래서 업자들은 그때 대비해서 증거 다 남긴다’ 이런 얘기 자주했는데 증인은 그런 얘기 들은 적 있냐”고 물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에 수긍하자 이 대표는 “그런데 증인은 그걸 여러 번 듣고도 정진상에게 3억 요구하자 이런 얘기를 했다는 거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님, 그러면 제가 (돈) 내준 호텔은 왜 갔습니까? 부산에 호텔 가실 때 제가 낸 거 몰랐습니까? 저한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라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도 지지 않고 “말 돌리지 말라”고 말하면서 분위기는 다소 험악해졌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부산 호텔 갈 때 제가 (돈을) 내준 거 모르냐”면서 “영수증도 제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정에서 고성이 계속되자 재판장이 나섰습니다. 재판장은 “3억 원을 요구할 때 정진상 피고인에게 말한 적 있는지 명확하게 답변해달라”며 두 사람을 중재했습니다. 그제서야 유 전 직무대리는 흥분을 다소 가라앉힌 채 “3억 원 정도 불러보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 신문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어떤 부정행위를 하고 숨기는 건 개인이고 찾아내는 건 수사기관이기 때문에 절대 못 숨기니 어항 속 금붕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며 “대장동 같이 큰 사업들은 반드시 수사받으니 절대 절차에 어긋나거나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안 된다고 얘기한 것 기억하느냐”고 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시장님은 수법을 잘 아는 만큼 피해가는 법도 잘 아시는 듯하다”며 맞섰습니다. 그러면서 “항상 정진상 피고인을 내세우고 뒤에 숨으니 자기에겐 오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재차 언성을 높였습니다.

● 재판부 “이 정도로 정리하자” 중재

이 대표와 유 전 직무대리가 법정에서 이 같은 설전을 벌인 것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나흘전 지난달 26일 열린 재판에서도 둘은 강하게 충돌했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가 이 대표의 변호인에게 신문을 받던 도중 이 대표가 재판부에 요청해 기회를 얻어 직접 나선 시점이었는데요.

당시 처음부터 이 대표가 직접 증인 신문에 나선 것은 아닙니다. 재판 초반, 이 대표 측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에게 “2013년 1월 27일경 김만배에게 ‘형님, 걔(남욱)는 참 웃긴 놈입니다. 잘 봐주라고 해서 잘 봐주려고 했더니 전화도 안 받고 주둥이는 싸고. 형님 그럼 누가 가까이 가겠습니까. 사업 안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라고 말한 적 있죠?“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는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변호사는 “증인은 2013년 3월 20일경에는 남욱과 대장동 사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내가 사람들 컨트롤하려면 총알 좀 필요한데 니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며 ‘일주일 내로 3장, 3억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죠?”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진상, 저, 김용이 같이 마신 술값이 4000만 원 정도 철거업자한테 밀려 있었다”며 “정진상 1억, 김용 1억, 저 1억하려고 (마련해달라고) 한 거고, 걔네(철거업자) 돈 없는 애들 아니냐며 일단 3억만 요구해본다고 해서 3억을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제가 좀 물어보겠다”며 신문에 직접 나섰고 재판부는 “네, 물어보세요”라며 허용했습니다. 이 대표는 “업자와 관계된 사람이 시청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증인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 했다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며 운을 띄웠습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그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가 “증인은 철거업자로부터 4000만 원을 빌린 지 1년도 안 돼 3억 원의 차용증을 써줬다”며 “철거업자에게 철근을 주는 대가로 4000만 원을 뇌물로 받고, 철거업자가 이를 폭로하겠다고 하자 3억 원 차용증을 써준 뒤 이 돈을 갚기 위해 남씨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한마디로 유 전 직무대리가 정 전 실장, 김 전 부원장과 돈을 나눠 가지려 한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뇌물 수수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 변호사에게 3억 원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유 전 직무대리는 “아무 상관 없는 부분을 가져다가 프레임 씌우려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제대로 알아보시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흥분했습니다. 이어 “음모론 만들고 이런 데에 너무 익숙하시는 것 같은데 좀 자제하시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이 대표는 아랑곳않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증인은 제가 아는 바로는 강철호라는 철거업자에게 철근 주겠다고 약속하고 소위 뇌물을 받았는데 이거 폭로한다고 겁을 주니까 3억 차용증을 써줬고”라고 말하자 유 전 직무대리는 “소설 쓰지 마시고요! 그거 하는 사람이 사무실 찾아왔던 사람이 이재명 잘 아는 건달이더만요!”라고 반박했습니다.

두 사람의 공방은 재판부가 나서서 “이 정도로 정리하자”고 중재한 뒤에야 중단됐습니다.

● 피습 이후 내리 출석

최근 이 대표는 재판에 자주 출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부산에서 피습을 당한 뒤 병원에 입원하며 치료를 받느라 재판에 출석하지 못했던 때도 있었는데요. 이로 인해 재판이 다소 긴 시간 동안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3일 35일만에 재개된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배임·뇌물 혐의 등 재판에선 오후 재판이 시작되자 ‘몸이 아프다’며 퇴정을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며 “피고인에게 어떤 상황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 의견을 제시할 순 없지만 향후에도 (이런 상황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재판부는 “항상 이렇게 하실 건 아니죠?”라고 묻고, 이 대표는 “가능하면”이라고 답했습니다. 이후 재판부는 “진짜 아프셔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피고인 말을 믿고 퇴정을 허락하는 것”이며 허락했고 이 대표는 퇴장했습니다.

26일부터 다시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는 피습 후 약 2주 동안 다섯차례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는 선거법 재판, 22일에는 위증 교사 재판을 위해, 23일과 26일에는 대장동 재판으로 법원에 나왔습니다. 총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재판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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