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을 찾습니다”…CPR로 사람 구하고 사라진 영웅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28일 16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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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쓰러진 60대 남성, 시민 3명 살려내

“제 생명을 구하고 홀연히 사라진 영웅을 찾습니다”

울산에 사는 60대 남성이 자신을 심폐소생술(CPR)로 구해준 시민영웅을 찾아 나섰다.

28일 울산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8일 오전 7시 40분께 동구 전하동 수정세탁소 주인 김외현(62)씨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가게 앞에 쓰러졌다.

숨까지 멎으면서 1분 1초가 급박한 순간. 당시 상황은 인근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김씨를 발견한 행인들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지만 바쁜 출근길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흰색 SUV가 세탁소 인근에 차량을 멈추더니, 한 남성이 내려 김씨에게 곧장 다가갔다.

이 남성은 119에 신고한 뒤 김씨의 호흡과 맥박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어 길을 지나가던 여성이 다가와 김씨에게 CPR를 실시했다.

연이어 30대로 추정되는 또 다른 남성이 김씨에게 다가왔고, 여성과 손을 바꿔 CPR을 이어갔다.

이 남성은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약 3분간 쉬지 않고 김씨의 흉부를 압박했다.

얼마 뒤 119구급차가 도착했고, 김씨는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받기 시작했다.

응급처지에 나섰던 시민 3명은 김씨가 구급대에 인계된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현장을 떠났다.

당시 다급한 상황은 119상황실에 접수된 신고전화에도 그대로 녹음돼 있었다.

119상황실은 전화를 통해 신고자에게 환자 상태를 전달받았고, CPR 요령을 전달했다.

다행히 김씨는 병원에 입원한 지 닷새 만에 의식을 찾았고 현재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다.

김씨의 병명은 변이형 협심증으로, 당시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상태였다.

우연히도 김씨의 생명을 구해준 시민 3명 가운데 여성은 김씨가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였다.

김씨는 여성을 비롯해 최초 신고자였던 남성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김씨에게 끝까지 CPR를 이어갔던 30대 추정 남성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김외현씨는 “생명을 구해준 두 분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며 “나머지 한 분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외현씨의 딸 김경희(33)씨는 “CPR교육을 받아봤을 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라고 느꼈는데, 실제 상황에서 아버지를 도와주신 분들의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CPR의 중요성을 깨닫고, 몸에 익힐 수 있도록 꾸준히 배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소방본부는 30대 추정 남성을 찾게 되면 하트세이버를 수여할 예정이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없었으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할 수 있었다”며 “당시 CPR를 하고 있던 남성이 정확한 압박 자세를 하고 있어서 꾸준히 교육을 받아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3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당시 회색 티셔츠에 백팩을 메고 있었다”며 “소식을 접하게 되면 동부소방서로 전화(052-279-6353)해 달라”고 당부했다.

[울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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