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서 있었더니 43.3도…살인적인 아스팔트 열기 “소금 챙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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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8월 2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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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공영 주차장 표면 온도가 섭씨 43도를 넘어섰다.  2023.08.01 ⓒ 뉴스1
1일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공영 주차장 표면 온도가 섭씨 43도를 넘어섰다. 2023.08.01 ⓒ 뉴스1
“섭씨 43.3도”

1일 낮 12시 서울 중구의 한 노상주차장.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 온도계를 올려놓자 10분만에 섭씨 43도를 기록했다. 기기를 꺼낼 때 온도가 34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순식간에 10도 가량 치솟은 셈이다.

5분 가량 더 기기를 놓아두자 화면이 붉게 물들며 오류 알람이 떴다. 기기 최대 측정 가능 온도인 50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주차관리 요원, 노점상인 등 거리 위 일터로 나서는 사람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이날 만난 이들은 사방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주는 카우보이 모자와 얼굴과 목을 덮는 가리개, 팔토시, 발목까지 올라오는 긴 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사실상 햇볕과 피부가 직접 닿지 않도록 ‘완전 무장’을 하고 있었다.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노상주차장에서 주차관리 요원이 업무를 진행 중인 모습. 2023.08.01 ⓒ 뉴스1
1일 서울 마포구의 한 노상주차장에서 주차관리 요원이 업무를 진행 중인 모습. 2023.08.01 ⓒ 뉴스1
이날 오전 9시30분께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야외 공영주차장. 도로 위는 체감온도가 31도에 육박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 요원 김모씨는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끊임없이 차들 사이를 오갔다.

김 씨는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늘어난 차량 때문에 최근 평균 1만 보씩 걸어 다닌다고 했다. 그는 “공사장도 폭염주의보가 내리면 2시간씩 쉰다지만 우린 업무 특성상 그럴 수가 없다”며 “휴일이 오면 잠만 자게 된다. 너무 날씨가 무더워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더위가 정점을 찍기 전인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한 주차장 입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늘막에서 경광봉으로 차량을 안내하던 50대 이씨는 흰 일회용 마스크를 끼고 흐르는 땀을 연신 훔쳤다.

이씨는 “그늘막에 있어도 한낮이 되면 아스팔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뜨겁다”면서 “마스크를 끼면 열기로 인한 따끔거림이 조금이나마 준다. 숨쉬기는 조금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노상 주차장에서 만난 50대 서모씨는 챙이 넓은 카우보이모자와 흰색 토시, 손끝만 구멍을 뚫은 목장갑 등 노출을 최소화한 옷차림으로 주차 관리 업무를 보고 있었다.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관리요원이 소지 중인 소금통을 보여주는 모습. 2023.08.01 ⓒ 뉴스1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관리요원이 소지 중인 소금통을 보여주는 모습. 2023.08.01 ⓒ 뉴스1
서씨는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주차 관리를 하다 보면 5분만 서 있어도 샤워하듯 땀이 쏟아진다”며 “탈진할까 봐 걱정돼 최근엔 소금을 따로 챙겨 다니며 물에 타 먹고 있다”고 통을 흔들어 보였다.

주차관리 요원으로 일한 지 5년 차를 맞이한 40대 최모씨는 출근 20분 만에 차량 4대의 입찰증을 발급했다. 최씨는 “일평균 300대 정도가 주차하기 때문에 관리 부스에 들어가 쉴 틈이 없다”며 “목에 두르는 시원한 수건 등이 필수다. 화장실 갈까 봐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푹푹 찌는 날씨에 힘겨움을 토로하는 건 노점상 등 상인들과 행인들도 마찬가지다. 망원시장 앞 사거리에서 야쿠르트 장사를 하는 60대 판매원 김씨는 “오후 2~3시가 되면 더위가 정점을 찍는다”며 도로 열기에 전동차 자체의 뜨거움이 더해지면 더위가 배가 된다“고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쳤다.

서울 도봉구 창동역 앞 오후 1시. 평소 같으면 점포에 불이 들어오고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으로 북적거릴 시간이지만 더위만 기승을 부렸다. 늘어선 10여 개의 점포 가운데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점포는 3곳 정도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양말을 판매 중인 70대 홍씨는 ”가게가 철판으로 돼 내부가 빨리 뜨거워진다“며 ”물건도 고무줄이 늘어나는 등 다 상해서 한 달간 가게를 접을 계획이다. 전엔 파라솔만 쳐도 버틸만했는데 요즘엔 너무 더워졌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편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지속되자 기상청은 온열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부득이한 야외활동 시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당부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주말동안 전국에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15명에 달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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