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해변 낙뢰로 1명 사망 5명 부상… “젖은 모래사장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서핑 뒤 쉬거나 우산 썼다가 참변
경찰 “젖은 모래 물기 타고 감전”
“번개뒤 30초내 천둥 들리면 대피를
마지막 천둥 뒤 30분이상 기다려야”

10일 오후 강원 양양군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병원 이송을 위해 낙뢰 사고를 당한 남성을 옮기고 있다. 이 
해변에서 벼락을 맞고 감전 사고를 당한 20∼40대 남성 6명이 병원에 옮겨졌는데 그중 조모 씨(36)가 11일 오전 숨을 
거뒀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10일 오후 강원 양양군 강현면 설악해수욕장에서 구급대원과 시민들이 병원 이송을 위해 낙뢰 사고를 당한 남성을 옮기고 있다. 이 해변에서 벼락을 맞고 감전 사고를 당한 20∼40대 남성 6명이 병원에 옮겨졌는데 그중 조모 씨(36)가 11일 오전 숨을 거뒀다. 강원소방본부 제공
강원 양양 해변에 낙뢰가 떨어져 서핑을 하러 온 3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20∼40대 남성 5명이 다쳤다. 최근 국지성 폭우가 늘면서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낙뢰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물놀이 중 낙뢰가 발생할 경우 즉시 물에서 나오고 물기가 있는 모래사장에서도 멀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 양양 찾은 서퍼 낙뢰로 숨져
11일 강원소방본부와 속초경찰서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 33분경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수욕장에서 조모 씨(36) 등 6명이 낙뢰를 맞고 쓰러졌다. 조 씨 등 5명은 서핑을 즐기러 해변을 찾았는데 모래사장 위에서 일부는 바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서핑을 즐긴 후 해수욕장에서 쉬고 있었다고 한다. 서퍼는 아니지만 우산을 쓰고 해변을 걷던 최모 씨(20)도 낙뢰 피해를 입었다.

“해변에서 벼락을 맞고 여러 명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 해수욕장에 있던 관광객들은 낙뢰를 맞고 쓰러진 이들을 상대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조 씨는 심정지 상태로 속초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강릉의 병원으로 이송돼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치료를 받았다. 조 씨는 사고 10여 분 뒤 호흡과 맥박은 회복했지만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11일 오전 4시 15분경 끝내 숨졌다. 조 씨는 서핑을 하러 충북 청주에서 혼자 양양을 찾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와 함께 낙뢰를 맞은 노모 씨(43) 등 5명은 흉부 통증과 하지 감각 이상 등의 증세가 있어 치료를 받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강현파출소 관계자는 “사고 당시 비가 내려 모래가 젖은 상태에서 낙뢰가 떨어지면서 물기를 타고 감전된 것으로 보인다”며 “인근 펜션 주인들도 낙뢰가 떨어진 순간 굉음과 함께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상 기후는 양양 곳곳에서 관측됐다. 사고 현장에서 10km가량 떨어진 설해원 골프장에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가 진행되던 중 우박이 쏟아지고 번개와 천둥이 치면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전국적으로 2605회, 양양에서만 62회의 낙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천둥 친 후 최소 30분은 대피해야
과거에도 장마철이 포함된 여름철에 낙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여름(6∼8월)에 낙뢰의 71.5%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고 국지성 호우 등이 늘면서 순간적으로 낙뢰가 발생할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낙뢰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고지대인 산이지만 최근 서핑 등 해양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해변에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태환 을지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낙뢰가 발생할 경우 즉시 물에서 나오고 물기가 남아있는 해수욕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며 “사람의 몸에도 전기가 쉽게 흐르는 만큼 대피할 땐 일행들과도 수 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낙뢰 예보 시에는 ‘30―30’ 안전 규칙을 지켜야 한다. 번개가 친 이후 ‘30초’ 이내에 천둥소리를 들었다면 발생 지점이 가까운 만큼 신속하게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고 마지막 천둥이 친 후 최소 ‘30분’ 동안 기다렸다가 이동하라는 것이다.

대피할 때는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우산 골프채 낚싯대 등 뾰족한 물건은 가급적 몸에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박상규 가천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낙뢰가 발생할 경우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자동차나 실내로 빨리 이동하는 게 좋다”며 “차로 대피한 경우 전류가 흐를 수 있는 라디오 안테나 등은 접어야 한다”고 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양양#낙뢰#사고#사망#모래#서핑#주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