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금피크제로 정년 늘어도 삭감 과도하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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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18일 15시 43분


서울중앙지법 2021.7.19. 뉴스1
서울중앙지법 2021.7.19. 뉴스1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임금 삭감이 과도하고 이를 보전할 만한 회사의 조치가 미흡했다면 제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정회일)는 A씨 등 4명이 KB신용정보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및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액 5억4110여만원 가운데 5억379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KB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노조와 임금피크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정년을 만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대신 만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하고 임금피크제 적용 직전 연봉의 45~70%를 성과에 연동하는 안이 담겼다.

이에 일부 직원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한다며 제도가 시행되지 않았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과 퇴직금 가운데 이미 받은 돈과의 차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청구액 대부분을 받아들이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만 55세부터 기존 정년인 만 58세까지 3년간 연간 보수 총액의 300% 상당액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제도가 적용되면 최고 성과를 내더라도 55세부터 60세까지 받는 보수는 기존의 22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근무 기간이 2년 늘어났음에도 임금 총액은 오히려 삭감될 가능성이 커 손해가 결코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은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했고 일부 인센티브도 받았다”는 사측 주장을 두고도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고 소액의 인센티브 지급이 임금 삭감의 불이익을 보전할 충분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이어 제기된 임금피크제 소송에서 법원은 구체적인 운영 형태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놓고 있다.

앞서 KT 일부 직원이 2015년부터 시행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냈으나 1·2심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직원들은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KT의 당시 경영사정을 보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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