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이 학교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을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18년 후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아버지인 이해준 학교폭력상담소장은 드라마 속 복수 장면에 대해 “피해자 자녀를 둔 입장에서 충분히 감정이입이 됐다”고 평했다.
14일 이 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일부 시청자들이) ‘더 글로리’ 내용이 좀 비현실적이고 복수 과정이 작위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드라마에 나온 사건 등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수 장면이 다소 작위적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감정이입이 됐다”면서 자신의 아들이 당했던 학교폭력을 떠올렸다.
이해준 학교폭력상담소장.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영상 캡처.이 소장이 아들의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건 2020년 봄이었다. 중학교 2학년 아이는 한 학년 위 선배 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아이가 맞는 동안 옆에 있던 15명의 또래 학생은 이를 방관했다고 한다.
이 소장은 “처음에 아들이 얘기했을 때는 체감이 잘 안됐다”며 “이튿날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봤는데 영화에서 보던 장면들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아들이 폭행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조롱하는 모습, 춤추면서 노는 모습을 봤을 때 왜 피해 부모들이 자꾸만 사적 복수를 하려고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소장은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폭력상담가 일을 시작했다.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는커녕 피해자들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을 절감해서다.
그는 학교폭력 피해 증거를 수집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저 같은 경우는 명확한 폭행에 대한 직간접적인 증거(CCTV)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 수사나 교육청 조사 자체가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며 “그런데 현실에서의 학교폭력은 대부분 직간접적인 증거가 미약하다. 따돌림 같은 경우는 사실 직간접적 증거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도 오직 피해 학생 측의 진술을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한다”며 “제가 상담할 때도 분명 피해 학생인 것 같은데 (학폭위 결과) ‘조치 없음’이 나온다거나, 상대방 측에서 피해 학생을 가해 학생으로 신고해서 쌍방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제삼자가 볼 때도 학교폭력이라고 명확하게 인식할 만한 증거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CCTV 같은 증거가 없는 경우 피해 사실을 증언해 줄 사람이나 기록도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단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내가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일차적으로 선생님들에게 알려서 인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며 “이런 기록들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이것도 지속적인 폭력의 간접적인 증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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