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신당역 재발방지 아이디어 내라” 서울교통公 공문 ‘빈축’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9월 16일 15시 05분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이후 각 영업소에 재발방지대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공지한 내용. 블라인드 캡처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이후 각 영업소에 재발방지대책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공지한 내용. 블라인드 캡처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서울교통공사가 사업소별로 ‘재발방지 대책수립 아이디어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전날 밤 각 영업사업소에 “신당역 여직원 사망사고 건과 관련해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긴급 공지사항’을 보냈다.

공지에는 “사업소별로 내일 오전 10시까지 영업계획처에 의견을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며 “늦게 급하게 전달사항을 올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상황이 어렵다. 사업소별 아이디어 동참에 꼭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는 ‘재발방지대책 아이디어 제출 양식’도 배포했다. 양식에는 아이디어와 그에 따른 기대효과를 기재하게 돼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같은 날 해당 사건에 유감을 표하며 신속한 원인 파악과 함께 재발방지책 마련을 관계부처에 지시한 바 있다. 공사 측은 총리 지시가 내려온 지 약 하루 만에 바로 현장 직원들을 상대로 아이디어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공지를 본 직원들은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을 통해 “아이디어 제출이라니 공모전이냐” “대책 마련 안 하고 있다가 국무총리가 한마디 하니까 보여주기식 또 나온다” “그래봤자 미봉책에 불과할 것” “급하게 직원들 동원해 마련하는 방안이 근본적인 대책이냐” “전문가에게 문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했다.

2인 1조 순찰 규정이나 충분한 인력 충원이 없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역무원 순찰 업무 시 2인 1조 규정 등이 마련돼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당시 별도의 보호장비 없이 홀로 순찰 근무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사 측은 논란이 된 공문과 관련해 “총리 지시가 있기 전부터 해당 부서는 대책 마련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재발방지대책을 만들 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마감 기한은 10시지만 그 이후에 내도 의견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급하게 공지를 내다보니 단어 선택에 더 신경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15일 참극이 일어난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설치된 추모 공간을 16일 오전 찾은 한 여성이 커피를 올려놓으며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5일 참극이 일어난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앞에 설치된 추모 공간을 16일 오전 찾은 한 여성이 커피를 올려놓으며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공사 측은 이번 사건 피의자인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 씨(31)가 불법촬영 혐의로 직위에서 해제됐으나 내부 인트라넷 접속 권한은 그대로 남겨둬 피해자 근무 시간을 알 수 있도록 했다는 점 등 피해자 보호 조치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내부망 접속 권한은 이미 스토킹 혐의로 재판받고 있던 전 씨의 재판이 끝난 뒤 징계 절차가 개시돼야 박탈되기 때문에 전 씨의 내부망 접속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전 보호 조치 또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통보받지 않아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전 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경 신당역 화장실에서 자신이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3시 전 씨에 대한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 전모 씨(31)가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남성 전모 씨(31)가 16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대문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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