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마지막 길도 쓸쓸…공무원들이 ‘배웅’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6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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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의 발인이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2.8.26/뉴스1 ⓒ News1
병환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의 발인이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2022.8.26/뉴스1 ⓒ News1
26일 오전 경기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빈소가 차려진 수원중앙병원 장례식장. 빈소에는 수원시청 소속 공무원 10여 명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공무원 A 씨가 한번 씩 위패 앞에 놓인 국화꽃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10분 간 진행된 발인식에도 수원시청 공무원 몇 명과 취재진이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날 새벽 출근 전 빈소를 찾은 일반 조문객은 몇 명 있었지만, 발인식은 조문객은 없이 열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매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이후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딸이 남긴 유서에는 “오빠, 아버지가 죽고 빚 독촉으로 힘들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수원시청 공무원들은 발인 이후 세 모녀의 위패를 하나씩 건네받은 후 3대의 운구차량에 나눠 올랐다. 장례식은 세 모녀의 시신을 인도받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아 수원시에서 공영장례로 진행했다. 뒤따르는 유가족이나 지인이 없어 운구 행렬은 쓸쓸하게 화장장을 빠져나갔다.

수원시는 세 모녀의 유골을 수원연화장에서 화장한 뒤 연화장 내 봉안당에 나란히 안치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화성시와 논의해 추후 봉안된 이들의 유골을 화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 모녀가 수원으로 이사하기 전 살았던 화성시 배양동의 한 주민들이 이들을 숨진 아들 곁에 묻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수원=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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