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윤일병 국가배상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스1
선임병들에게 한 달여간 폭행과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숨진 윤승주 일병의 사인을 육군이 은폐하고 조작했다며 국가가 배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1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일병이 세상을 떠난 지 8년이 지났지만 사건 은폐와 조작에 관여한 이들은 단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며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유가족의 원통한 의혹을 말끔히 풀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977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일병은 2013년 말부터 4개월가량 선임병들의 구타 및 가혹 행위에 시달렸고 이듬해 4월 집단폭행으로 사망했다.
사건 발생 초기 군 수사당국은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군사법원 재판이 진행되던 중 한 병사가 윤 일병의 폭행 사실을 언론과 시민단체에 제보했고 군은 뒤늦게 사인을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 등으로 변경했다.
군검찰은 가해자들을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살인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사건의 주범인 이 병장은 2016년 8월 징역 40년 판결을 확정받았고 나머지 공범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이 확정됐다. 다만 28사단 헌병 대장과 헌병수사관, 의무지원관,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28사단 검찰관 등은 모두 불기소됐다.
윤 일병 유족은 육군이 사건 발생 초기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가해자 이 병장에게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항소장을 제출했고 오는 22일 항소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이다.
군인권센터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족은 그간 알지 못했던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며 “그동안 유족이 제기해 온 여러 의혹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헌병수사관은 호송된 윤 일병의 몸이 멍투성이인 것을 확인하고 사진을 여러 차례 촬영했음에도 폭행을 부인한 가해자들의 진술에 기초해 유족이 제기한 폭행 관련 내용은 의혹 제기 수준으로만 보고서에 적어뒀다.
또 센터는 육군이 윤 일병 사망 직후 검시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사인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사인을 함부로 추정해 보도부터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군검찰이 폭행사실을 알고도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로 공소를 제기한 것을 두고 상부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찾아 헤매고 있다”며 “운이 좋아야 진실의 끄트머리에 갈 수 있는 황당한 일이 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되풀이되지 않게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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