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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30년 경험 살려 일자리 찾아주는 ‘취업 마스터’… “내 인생 가장 큰 보람”[서영아의 100세 카페]

입력 2022-05-28 03:00업데이트 2022-05-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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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생 2막
기업대표 출신 기간제 교사 이대호씨
이대호 교사의 수업 장면. 그는 특성화고인 경일관광경영고의 취업전담교사로서, 고교 졸업과 함께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주기 위해 애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9일 오후 2시경 경기 안산시에 자리한 특성화고 경일관광경영고의 한 교실. 이대호 교사(62)가 진행하는 ‘비서학’ 수업이 한창이다. 해외 출장 준비에 대해, 항공권이나 호텔 예약법 등 설명은 매우 구체적이다.

이 교사가 갑자기 물었다. “이 중에 해외여행 가본 사람?” 교실 안은 조용하다.

“요즘은 취직만 하면 무조건 최저임금은 보장받아요. 연봉 2300여만 원이죠. 오늘 배운 것들은 여러분이 휴가 여행 갈 때도 써먹을 수 있지요.”

컴퓨터 앞에서 검색에 열중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 교사 정년 훌쩍 넘긴 기간제 교사 2년 차
이 씨는 이 학교 취업전담 교사다. 지난해 초 경기도교육청 공모에 응해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 인생 2막이 극적인 반전처럼 찾아왔다.

“제 인맥과 정보, 경험을 총동원해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일자리를 매칭시키는 일을 합니다. 30여 년간 다양한 직장을 경험해왔지만 가장 보람이 느껴지네요.”

주 4시간씩 수업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의 취업처 발굴과 현장실습 운영, 취업 지원에 바친다. 면접 때면 학생을 자신의 차에 태우고 함께 갈 정도로 정성을 쏟는다. 안산 일대는 반월·시화공단과 안양·가산의 벤처단지 등 일손 수요가 많은 지역.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학생들은 구직난에 힘들어하는 가운데, 이런 미스 매치를 해결한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역 특성상 다문화 가정도 많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있습니다. 가장이나 다름없는 학생들을 취업시키고, 열심히 회사 생활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기 그지없죠.”

매일 오전 7시면 학교에 출근해 취업정보실을 개방한다.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못 한 학생들을 받아주기 위해서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졸업과 함께 취업할 수 있도록 F4 비자 발급도 돕고 있다.

“저 자신이 상고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마쳐 학생들의 고충을 잘 아는 편입니다.”

사회에서 여러 회사를 거쳤다. 10여 년간 근무했던 회사는 외환위기 때 해체됐다. 2002년 당시 방과후학교 교육서비스 회사인 ‘에듀박스’(현 골드앤에스)에 들어가 대표이사까지 올랐다. 당시 그가 론칭한 초등학생 말하기 영어학원 ‘이보영의 토킹클럽’은 한때 전국에 500개까지 늘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코딩교육 사업을 2년 만에 접으면서 그의 직장생활도 끝났다.

○구인과 구직의 미스매치

2011년 2월 제1회 ‘이보영의 토킹클럽’ 영어장학생 시상식. 가운데가 이보영 당시 에듀박스 대표강사, 바로 왼쪽이 이대호 당시 대표이사 사장. 이대호 씨 제공
그와 함께 일하는 안산시청 일자리센터 소속 박상임 취업지원관은 “학교들은 대개 62세 정년이 지난 사람은 잘 안 쓰려 하지만 이분은 특별 케이스”라고 귀띔한다. 교사들보다 기업계 생리를 잘 알고 있어 대응에 유연하고, 인맥을 살려 새로운 취업처를 발굴해준다는 것.

과거 한국 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 코스닥협회 자문위원 같은 일을 오래 해서 도움을 요청할 큰 회사 대표나 임원들을 많이 안다. 한번 학생들을 보낸 곳은 자주 방문해서 관심을 보이고 거기서 추가 채용이 생길 수 있도록 애쓴다.

요즘은 특성화고라 해도 졸업생 절반은 진학을 택한다. 이 학교도 지난해 졸업생 270여 명 중 40%가 취업했고 40%는 진학했다. 취업은 대개 2∼3개월의 현장실습을 거쳐 이뤄지는데, 실습 전에 기업 측으로부터 ‘특별한 일 없으면 채용한다’는 약정서를 받는다. 학교와 교육청, 학부모, 학생들이 약정이 지켜지는지 수시로 감시한다.

“지역사회와 학교가 학생들의 든든한 ‘빽’이 되는 셈이죠. 정부도 든든히 받쳐줍니다. 업체 입장에서도 특성화고 학생들을 많이 받으면 정부 혜택이 늘어나니 서로 ‘윈윈’이지요.”

가장 큰 고민은 애써 취직시켜도 1년 안에 30% 정도가 그만둔다는 점. 기업 측으로부터도 강력한 항의가 들어온다.

“일껏 일할 만하게 가르쳐놓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예 ‘공부 못해도 좋으니 10년 이상 일할 착실한 직원을 원한다’며 ‘우리가 시집도 보내고 학교도 보내주겠다’고 말해 오는 회사도 있어요.”

인력송출 업체를 통해 젊은 인력을 2년 쓰고 버리는 식의 고용은 이들에게는 턱도 없는 얘기다.

“저희는 정규직 아니면 보내지 않습니다. 젊은이의 기회비용을 소중히 여겨야지요. 그런 만큼 저는 취직하는 학생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것이 많겠지만 딱 3개월만 참고 버텨보자’고 말하곤 합니다. 3개월을 버티고 나면 1년을 버틸 힘이 생기고 1년을 일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지요. 3년을 근무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재직자 전형’도 있어요. 인근 한양대(에리카캠퍼스), 한국공학대 등 좋은 대학에 가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는 반년 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회원제 레스토랑에 취업시킨 졸업생으로부터 최근 받은 문자 얘기를 꺼냈다.

“‘아직 잘 다니고 있다. 감사하다’고. 집에서 출근하려면 전철 3개 노선을 갈아타고 1시간 반 걸리는데, 잘 버티고 있네요. 그런 친구는 분명히 성공할 거라 봅니다. 출퇴근 왕복 3시간을 견뎌낼 정도 뚝심이라면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이겨낼 수 있어요.”

○“죽는 날까지 일하고 싶다”
―인생 2막에 즈음해 중장년들의 가장 큰 고민이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일 겁니다. 드물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자리를 찾으신 듯합니다. 비결은 뭘까요.

“귀를 열어둔 게 도움이 된 것 아닐까요. 우연히 나간 모임에서 이런 직업이 있다는 얘길 듣게 됐습니다. 마침 대학 다닐 때 따놓았던 교사자격증이 톡톡히 역할을 했고요. 올해 초 교사 정년 나이가 지나 걱정했지만 기간제 교사로 재계약됐을 때는 무척 기뻤습니다.”

부천 자택에서 학교까지 25km를 운전해 출퇴근한다. 국민연금이 올 2월부터 나오고 학교에서 받는 급여는 과거 수입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대만족이다.

―노후 준비는 괜찮으신지요.

“많지는 않지만 국민연금도 있고, 개인연금도 조금 있어요. 집 한 채 있으니 여차하면 주택연금 받으면 됩니다. 이제 돈 쓸 일도 많지 않고, 그래도 안 되면 더 줄여 살면 되죠.”

―이 일은 언제까지….

“매년 재계약해야 하고 65세면 끝납니다. 제 인생 목표는 평생 일하다가 일터에서 죽는 거예요. 앞으로도 보수 안 받더라도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에서 사회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솔선수범하면 ‘꼰대’가 아니다
그의 일터인 취업정보실은 종일 개방돼 있다. 인터뷰 중 여학생 두 명이 “쌤, 상담 좀…” 하고 찾아왔다가 쪼르르 사라졌고 1명이 컴퓨터 작업을 하기 위해 잠시 머물다가 나갔다.

그는 “이 학교에서 제가 제일 나이가 많고 직급은 제일 낮습니다.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모든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면 일 자체가 재미있어요”라고 말한다.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에게 ‘꼰대’가 아닌 존재로 다가가기 위해 솔선수범에 애쓴다.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이를 대신 실천으로 보여줘 뭔가를 깨닫게 하는 식이다.

“학생들에게 생일날이나 명절이면 카카오톡으로 인사카드를 보냅니다. 절반 정도는 답이 와요. ‘감사하다’거나 ‘어떻게 아셨어요?’라거나. 이런 것들은 제 나름의 교육이에요. 직장 상사건, 부모님이건 다른 분들께 이렇게 해보라는 메시지죠. 평소 긍정적인 관심을 보여드리면 그분들도 너희를 그렇게 대할 거라는. ‘이렇게 하라’고 대놓고 말하면 잔소리가 되겠지만 솔선수범으로 느끼게 해주면 다르죠. 그러니 저는 늘 바쁩니다.”

각자의 인생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다. 더 좋은 인생은 남의 인생도 소중하게 여기고 키워주려 애쓰는 인생 아닐까. 거창할 것 없지만 나름의 보람을 찾아 분주한 한 교사의 인생 2막이 거기 있었다.

서영아 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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