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명 하루 식수로 ‘100% 인공눈’ 올림픽…中은 “친환경” 자화자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6일 13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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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점등되고 있다. 2022.2.4/뉴스1 © News1
4일 중국 베이징 국립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점등되고 있다. 2022.2.4/뉴스1 © News1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모든 설상 경기를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인공 눈 위에서 치르기로 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만들어지는 눈의 양은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맞먹어 심각한 자원 낭비와 함께 인근 주민들의 물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작은 성화를 선보이며 ‘친환경 올림픽’을 강조했지만 이와 극명히 대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CNN은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기 적합하지 않은 기후 속에서 이번 대회가 진행되면서 대량의 인공눈에 의존하게 됐다고 5일 보도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인공눈을 제조하기 위해 더 많은 전력과 물이 소모될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따르면 이번 대회에서는 인공눈을 만들기 위해 약 4900만 갤런(약1억8548억 L)이 소모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약 1억 명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비슷하다. 이번 대회에서 인공눈 제조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테크노알파인 측은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야외 종목이 열리는 지역 중 상당수가 올 겨울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며 강설량이 부족해 인공눈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야외 종목이 진행되는 장자커우(張家口) 지역은 평소에도 연평균 강설량이 200mm에 불과하며,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중국 전체 평균의 5분의 1도 안되는 건조한 지역이다. 앞서 블룸버그는 이 지역의 스키장을 채우기 위해 200㎥의 물이 필요하나 53㎥밖에 확보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IOC는 “지역 내 물 부족 현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4일(현지 시간) 개회식에서 올림픽 역사상 가장 작은 성화를 선보인 중국의 올림픽 총감독 장이머우 감독은 “대량으로 연료를 사용해야 하는 대형 성화 대신 중국 정부의 환경친화적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13일 중국이 지속 가능한 올림픽을 실현하기 위해 내걸은 약속 중 98%를 이행했다고 보도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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