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인데 삶이 지루해요”…14년만에 채택된 답변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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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10일 10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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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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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인생이 지루하다”며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왔던 고등학교 2학년생의 질문에 1년 선배인 3학년 학생이 조언을 건넸다. 그리고 최근 30대가 된 두 사람이 다시금 답변을 주고받아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4일, 누리꾼 A 씨는 지식인에 ‘인생 재밌게 사는 법’이라는 제목의 질문글을 남겼다. 그는 “고2 남자인데 삶이 참 재미없고 지루하다. 친구들은 잘 노는 것 같은데 전 왠지 잘 안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 가지에 집중할 만한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살까. 뭘 하고 싶은지조차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다”면서 “인생 재밌게 사는 법 없나.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다”고 조언을 구했다.

이틀 뒤인 2007년 7월 6일,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라고 소개한 누리꾼 B 씨는 A 씨에게 장문의 답변을 남겼다. 그는 “나도 인생 재밌게 살려고 별 쇼 다 해봤으나 진짜 재밌는 건 없더라. 인생에서 재밌는 것 찾기란 쓰레기 안에서 황금 찾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재미 느껴보려고 공부에 매진해 100등 올려봤는데 이것도 잠깐 재밌고, 남자친구가 생겨도 잠깐 재밌고 헤어지면 공허감만 더 크더라”며 “고2 땐 너무 재미없어서 친구들도 안 사귀고 혼자 학교에 다녀봤는데 재미보단 심심함이 더 컸다. 그냥 인생이 이렇다”며 A 씨를 위로했다.

B 씨는 “밤 8~10시 사이 근처 공원에 편한 옷을 입고 MP3 들으며 산책하면 기분이 좋더라. 다만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재밌으려고 공부는 하지 말라. 공부는 그냥 일의 업종이지 이걸로 절대 휴식을 취해선 안 된다. 또 TV로도 시간 보내지 말라”며 “재밌는 일을 딱히 말할 수는 없지만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기라”고 했다.

네이버 지식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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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질문자 A 씨는 14년 만인 지난 7일 이 답변을 채택했다. 어느덧 32세가 된 A 씨는 “죄송하다.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다”면서 “답변 감사하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라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이에 B 씨도 화답했다. 그는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 10대 때 이후로 지식인을 내려놓고 살았는데 오늘 1만 포인트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며 “커피 한잔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1만 포인트를 쏠 수 있다는 건 질문자님에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죠?”라고 물었다.

이어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며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

끝으로 B 씨는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 노잼(재미없는) 시기가 한가득하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 넘겨보자.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다”라고 응원했다.

각자의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14년 뒤 30대가 된 두 사람이 변함없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은 누리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누리꾼들은 “두 사람 모두 멋진 어른이 된 것 같다” “내가 위로받는 기분, 가슴 뭉클하다” “방송국이 이들을 섭외해 사연을 소개했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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