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서예의 매력에 빠지다

명민준 기자 입력 2021-11-03 03:00수정 2021-11-0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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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5일 시작
우리나라와 중국 서예작가 1000명이 천자문 글자 한 자씩을 쓰고 돌에 새겨 10폭 병풍에 담아냈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붓의 놀림에 따라 서로 다른 특징을 담아내는 서예.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예작가 1000명이 중국 양(梁)나라의 주흥사(周興嗣)가 무제(武帝)의 명으로 지은 책 천자문(千字文)을 한 글자씩 쓰고 칼로 돌에 새긴 뒤 화선지에 담아냈다.

세계 서예사에서도 유례없는 시도이면서 1000명 작가 개개인의 예술성을 고스란히 품은 이 작품이 높이 240cm, 길이 800cm의 10폭 병풍에 담겨 ‘천인천각(千人千刻)’전이란 이름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11월 5일 문을 여는 ‘202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를 통해서다.

비엔날레는 전북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 28개 전시공간에서 12월 5일까지 열린다. 서예문화 보존과 진흥을 위해 1997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작돼 2년에 한 번씩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13번째다.

인류 문명사의 바탕인 서예에 담긴 ‘자연’의 심오한 원리와 가치를 탐구해보자는 의미에서 ‘자연을 품다’를 주제로 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제기된 인류문명의 부작용을 서예의 정신으로 되돌아보고 극복하자는 뜻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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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식은 전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예의 역사를 말하다’전은 20개 나라 104명 작가가 서예의 근본정신을 바탕으로 고대 근대 현대의 서체별 변화와 시대성을 보여준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훈민정음부터 이후의 한글 궁체의 시대별 변화를 현대 서예가의 개성과 미감으로 새롭게 표현한 ‘나랏말ㅆ·미’전은 한글 서예 본질과 미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민족의 애환을 그린 옛 노래와 현대 대중가요 가사를 작가가 붓에 음악적 선율을 담아 써내려간 ‘선율&음율전’은 서예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적은 젊은 세대와의 간극을 좁혀준다.

서예와 다른 장르가 하나를 이룬 작품도 관객과 만난다. 서예 도자 조각의 협업전인 ‘융합서예’전과 문자의 조형성과 시적 정서, 그림의 감수성이 조화를 이룬 ‘시·서·화’전은 우리나라와 중국작가 50여 명이 국가와 장르를 넘나드는 서예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문자 디자인의 실용적 가치를 재해석해 보는 ‘디자인 글꼴’전과 생활 속으로 한 발 들어가 현대의 주거공간과 어울릴 수 있도록 소품화한 ‘서예의 작은 대작’전은 일반 관람객도 무리 없이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친근한 전시로 주목된다.

서예의 고장 전북의 특징을 살린 전시도 이어진다. ‘서예, 전북의 산하를 말하다’전에서는 14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한 폭의 화선지에 담아낸다. ‘강암 송성용’전과 ‘석전 황욱’전 등 전북 출신 서예대가들의 작품을 통해 전북 서예의 역사도 반추해볼 수 있다. 탐방 프로그램 ‘전북서예 유산의 길을 따라’에서는 해설사가 전북 서예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서예의 역사와 현대의 흐름, 미래 발전방향 제시를 위한 ‘국제 서예학술대회’와 ‘학술공모전’도 진행된다.

여러 공모전에서 입상한 서예 꿈나무의 189점 작품이 영상으로 전시되고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서예는 행운을 싣고, 탁본체험, 나도 서예가’ 프로그램도 운영돼 관람객들에게 재미를 선물한다.

이선홍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서예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다른 국가, 다른 장르와의 융합, 교류를 통해 전북서예의 세계화, 관광자원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서예의 매력#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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