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가장 폭행치사 고교생 2명, 허리 꼿꼿이 펴고 법원으로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8월 13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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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경기 의정부시에서 두 명의 자녀를 둔 30대 가장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고등학생 2명이 잘못을 뉘우치는 기색 없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법원으로 향해 공분을 샀다.

고등학생인 A 군 등 2명은 13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두 사람은 수갑이 채워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혐의를 인정하시느냐’, ‘유족들에게 할 말 없으시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모자를 고쳐 쓴 뒤 당당하게 법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에도 ‘혐의를 인정하느냐’, ‘일면식도 없는데 왜 때렸느냐’ 등의 물음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랐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두 사람의 태도, 유가족에게 사과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살해할 의도 없었다”
고등학생인 A 군 등은 이달 4일 오후 11시경 의정부시 민락동의 한 번화가에서 30대 남성 B 씨와 시비가 붙어 싸우다가 B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 씨는 당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 날인 5일 결국 숨졌다. B 씨는 슬하에 2명의 어린 자녀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현장에서 고교생 일행 6명 중 2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1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경찰은 입건한 3명 중 범행 가담 정도가 중하다고 판단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군 등은 폭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B 씨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 안 돼” 靑 청원
이달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등학생 일행 6명이 어린 딸과 아들이 있는 가장을 폭행으로 사망하게 만들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4만8000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었다.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청와대나 정부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청원자는 “(B 씨를) 부검했는데 목덜미와 얼굴 등 여러 곳에 멍이 있었다”면서 “뇌출혈로 피가 응고해 사망했다고 한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미성년자라고 솜방망이식으로 처벌하면 안 된다”며 “아들, 딸이 있는 가장이 사망해 한 가정이 무너졌다. 이번 계기로 법이 바뀌어서 다른 피해자가 또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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