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위층’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5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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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이것만은 하지마라’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기사 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한편으로는 내 경우도 소개해달라는 주문과 어떻게 처리하면 좋으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층간소음 문제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독자께서 본인 혹은 주변의 고민이나 질문 내용을 보내주시면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상담해주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kkh@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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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는 아래층 사람이 하면 안 될 사안들을 정리했다. 2편에서는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된다’(황소북스)의 내용을 토대로 위층 사람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사항들을 정리한다. 층간소음 분쟁에서 대부분이 위층이 가해자고 아래층이 피해자다. 경우에 따라 아래층 소음이 위층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위층(가해자) 해서는 안 될 사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 ‘귀트임’ 아래층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는 행위

“유별나게 왜 그래요? 너무 민감한 것 아니세요?”

“뛰는 애를 어떻게 합니까? 그럼 애를 묶어 놓고 키웁니까?”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죠. 좀 참고 삽시다”

“우리 위집도 소음이 심하지만 나도 다 참고 살아요”

“이 정도도 못 참으면 아파트 말고 단독 주택 살아요”

“한 번만 더 올라오면 경찰 부를거야”

층간소음의 양대 원인은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들 ‘발망치’ 소리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올라온 아래층에 대해 “그 정도도 못 참느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말은 절대 금물이다.

아래층이 위층의 초인종을 누를 때는 수십 수 백 번의 고민 끝에 어렵게 내린 결정이다.

이대로는 숨이 막히고 우울증에 걸려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돼서 힘들게 용기를 내린 끝에 올라 온 것이다.

이른바 ‘귀트임’이라는 것이 있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 반복적으로 들리는 층간소음에 노출되면 어느 순간, 작은 소리도 들리게 되는 예민한 청각상태를 말한다. 의식적으로 무시하려고 해도 층간소음이 집중적으로 들리는 현상인데 의지로는 치료가 안되는 고통이다. 한 여름에 윙~하는 모기 소리가 한번 들리면 아무리 안 들으려고 해도 모기 소리만 집중적으로 들리는 것과 유사하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귀트임’을 ‘칵테일 파티’ 효과로 설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시끄러운 칵테일파티에서도 자신의 이름이 나오면 귀가 번쩍 뜨이는 경우나 지하철 안내방송에서 다른 역 이름은 안 들리다가도 자신이 내릴 역 이름이 나오면 역시 귀가 번쩍 뜨이는 경우와 같다는 것이다.

차 소장은 “항의 방문을 받았다면 ‘백번은 참고 참다 왔구나’는 역지사지 마음을 가져야한다”며 “구체적인 피해사항을 듣고, 언제까지 개선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매트를 깔고, 실내화를 신는 등 노력을 약속하고 이행하면 이후 소음이 좀 들리더라도 아래층의 마음이 어느 정도 녹는다는 것이다. 원인 파악이 서로 어려운 경우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 소음원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2) 고의적인 소음 발생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 고의적으로 소음을 낸 것이 아니라 생활하다보니 발도 끌고, 아이들도 뛰어다닌 것이라고 약간 미안하게 생각했는데 아래층이 보복소음을 낸다?

‘나도 참을 수 없지’라며 위층이 그 다음부터는 ‘고의적’으로 소음을 더 크게 내고 세탁기 받침대도 빼고 더 크게 진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위층에서 보복소음이 올라올 때마다 발을 구르고, 의자를 끌고, 문을 쾅 닫아 역복수를 하기도 한다.

아래층은 여기에 더 격하게 반응하고 결국 폭행과 살인을 부른다.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위집 대문에 쇠구슬을 쏘고, 홧김에 가스 밸브를 열고 터트려 ‘너 죽고 나 죽자’는 사례가 멀지 않은 과거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아래층이나 위층이나 감정대응은 서로가 자제해야한다.


3) 아래층의 요구사항 무시

그렇다면 위층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래층의 요구를 듣고 정당하다 싶으면 시정해야한다. 최소한 개선의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우선 아래층의 개선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들어야한다. 아래층이 먼저 요구해도 상관없다. 발망치 소리가 문제라면 5cm 이상 두께의 매트를 깔아야한다. 세탁기 청소기 소음이 개선 사안이라면 밤 늦은 시간, 출근 시간은 피해 줘야 한다.

차 소장은 “이사 빼고는 어차피 층간소음의 100% 해결은 없다”고 말한다. 감정이 누그러지지 않으면 아무리 두꺼운 매트를 깔아도 소용이 없다. 세상에서 가장 얇은 매트를 깔아도 아래층이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느끼게 만들고 감정을 다소 풀어지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아래층도 기대치를 줄어야한다. 일단 ‘귀트임’이 되면 아무리 매트를 깔고 발꿈치로 걸어다녀도 작은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런 현실을 인정하고 또 위층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 아파트 공화국이다.



4)전문가 중재 무시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도 아니고 층간소음 갈등이 계속되면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한다. 가만히 놔둔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피해자의 감정은 갈수록 날카로워지기 때문이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당사자 직접 접촉은 위험할 수 있다. 데시벨을 측정하고 소음원을 당사자가 직접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해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성공하기 어렵다. 자칫 감정의 골만 깊어지기 쉽다.

제3자인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의견을 구해보고, 이마저 어렵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고려해볼만하다. 정신과 병원에 가야할 정도면, 살인충동을 느낄 정도라면 그 전에 층간소음 전문가의 노하우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만큼 층간소음 문제는 예민하고, 심각하고, 때로는 위험한 사안이다.

차 소장은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가 6개월~1년이 됐다면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아파트 관리소나 층간소음위원회에 민원을 넣어 해결을 모색해보는 게 좋다고 한다.

만약 1년이 넘었다면 위험한 상태까지 왔다고 봐야한다. 이 때는 층간소음 관련 단체나 정부나 지자체의 관련 부서 의뢰 등을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양측 모두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는 것이 갈등을 평화적으로 완화 해소하는 현실적 방법이 될 수 있다.

[1편 기사보기] 살인 부르는 층간소음…‘이것만은 절대 하지 마라’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10614/107425517/1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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