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227만명 아직 화이자 못맞아… 이달말까지 접종 차질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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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전국 곳곳 화이자 1차접종 중단

화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부족에 따른 신규 접종 차질이 빨라야 5월 하순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5월 셋째 주까지 1차 접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매주 한 차례 들어오는 물량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분기(4∼6월) 중에는 1차 접종 대상자를 크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접종 기다리던 고령층 “이제 기대 안 해”

방역당국에 따르면 30일 0시 기준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인 75세 이상은 349만3998명이다. 이 중 1차라도 접종을 한 사람은 121만9088명이며 접종률은 34.9%다. 3분의 2에 가까운 227만4910명의 고령층이 접종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화이자 백신이 5월 175만 회분, 6월 354만7000회분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접종받지 못한 고령층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1차 접종만 받고 2차 접종을 받지 못한 고령층(약 111만 명)이 먼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로부터 4, 5월이면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던 75세 이상 노인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이모 씨(76)는 “기다리다 못해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내가 사는 동네에 대상자가 2000명인데 하루 20명씩 맞는다고 하더라”며 “이 속도면 100일 걸리는 것 아니냐. 이제 (언제 맞을지) 기대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이자 신규 접종 예약이 중단된 곳은 부산 대구 경북 충남 광주 전북 전남 강원 제주 등이다. 나머지는 일부 중단됐거나 며칠 내 예약이 중단될 우려가 높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백신이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화이자 백신 부족을 지적한 동아일보의 보도에 “차질 없는 2차 접종을 위해 신규 1차 접종 추가 예약 자제를 요청하고 5월 배정 계획을 안내한 것”이라며 “충분한 물량이 확보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30일 브리핑을 통해 “신규 예약을 중단하지 않았고 질병관리청이 언급한 상황을 자치구와 공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치구들은 서울시의 지침에 따라 신규 예약 접수를 하지 않고 있다.

5월부터 대상자가 대폭 늘어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불안한 상황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5월에 65∼74세 고령층 494만3000여 명을 비롯해 30세 이상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1, 2학년) 교사 및 돌봄인력, 만성중증호흡기 질환자에 대한 접종이 시작되는데 모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다. 하지만 남은 물량은 36만5000회분에 불과하다. 당국은 지난달 19일 “5, 6월 중 700만 회분이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도입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 대책 없는 ‘속도전’이 원인

이번 백신 부족 사태의 원인은 정부가 ‘4월 300만 명 접종 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접종 물량을 비축하지 않고 1차 접종 물량으로 돌린 데 따른 것이다. 방역당국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선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접종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1차 접종을 진행한 것”이라며 “접종 역량을 더욱 확충해 추가적으로 접종 예약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획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신뢰를 저버리고 무계획하다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정부가 접종 목표를 ‘1차 접종자’로 슬그머니 바꾸었다. 이는 위기를 모면하기 급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인 정기석 한림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접종 간격이 8∼12주로 길지만 화이자는 3주로 짧기 때문에 3주 뒤에 확보될 물량을 고려해 전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이지윤 / 인천=차준호 기자
#고령층#화이자#접종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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