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트라우마’가 키운 이성윤 차기 검찰총장 카드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4-27 11:54수정 2021-04-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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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동아일보 DB.
법무부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넘긴 차기 총장 후보군 명단에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요직을 거치며 신임을 받아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포함되면서 최초의 피의자 신분 검찰총장 탄생이 가능성에서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특정인의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여부를 놓고 일찍이 이 지검장만큼 법적, 정치적 논란이 된 적도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 지검장이 총장 후보자로 최종 지명될 경우 정국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진행돼온 차기 총장 인선 구도와 이 지검장이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검찰 수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 지검장이 차기 총장이 되는 데 악재가 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여권은 일관되게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미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통용된 인선 기준이 비춰보면 이 지검장의 유·무죄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총장 후보에 거론되는 고위 검찰 간부가 불법 행위에 개입한 혐의로 소환 조사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인선 대상자에서 탈락하는 게 상식이지만 오히려 이 지검장은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항변하면서 후보군에까지 포함되기에 이르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이 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지검장이 후보군에 들어간 것 자체가 여권으로부터 배려 받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여권이 무리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지검장을 차기 총장으로 미는 속내가 무엇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인선 절차는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에서 최소 3명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하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중 1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해 문 대통령이 최종 지명한다.

가장 크게는 여권의 최대 목표인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검찰을 안정적으로 통제 또는 관리하는 데 있어 차기 총장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3월 9일 대선까지 10개월여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차기 총장은 여권에 악재가 되는 대형 의혹 사건이 터질 경우 이를 적절히 핸들링 해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공세가 난무하는 대선 정국에서는 후보 등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민감한 때에 검찰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냐가 실제 대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온 역사적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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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검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특별감찰반장으로 함께 일한 인연이 있는 데다 현 정부 들어서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중요 보직을 맡으면서 정권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건 처리를 했다는 시비에 자주 휩싸였다. 국민 입장에서는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여권에게는 이 지검장만큼 믿을 수 있는 검찰 간부도 없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과거 청와대 등에서 얼굴을 맞대고 같이 일했던 참모들을 현 정부 들어 중용해온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차기 총장 인선에서도 이 지검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또 차기 총장 인선은 문재인 정부에게 ‘실지(失地) 회복’의 의미여서 자기 사람을 앉히려는 욕망이 강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박근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 과정에서 검찰권을 충분히 활용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직후 전개된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권의 통제를 벗어난 검찰을 차기 총장 임명을 통해 다시 정권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조국 사태 이후 여권 내부에서는 정권에 칼을 겨눈 윤 전 총장을 성토하면서 정권에 배신하지 않을 충성심이 차기 총장의 핵심 인선 기준으로 부상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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