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피하려다 추락한 성매매女, 다인병실서 조사…“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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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12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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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DB
기사와 직접 관계 없는 자료사진. 동아일보DB
경찰이 성매매 단속 과정에서 추락사고로 다친 이주여성을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조사한 건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단속을 피하려다가 다친 이주여성에 대해 경찰이 사고 당일 다인실 병실에서 피의자 신문을 실시하고, 신뢰관계인 동석과 영사기관원과의 접견·교통에 대한 권리고지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건 피해자의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 판단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이주여성단체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마사지 업체에서 성매매를 한 이주여성 A 씨가 경찰 단속 과정에서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경찰이 어떠한 고려도 없이 조사를 강행했고,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주여성 A 씨는 태국에서 에이전시로부터 허위 근로정보를 제공받아 한국에 입국했다. 이후 A 씨는 에이전시로부터 여권을 빼앗기는 등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됐다. 경찰은 A 씨가 다인실 병실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A 씨가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성 착취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에 속하기 때문에 경찰이 조사를 강행하기 전에 인신매매 피해자 여부에 대한 식별 조치를 선행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 인권위는 경찰의 조사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은 뒤 여러 환자가 있는 다인실 병실로 이동했는데, 경찰이 이러한 공개된 장소에서 성매매 혐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것은 A 씨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인권침해 행위라는 것이다.

이 같은 판단에 따라 인권위는 경찰청장에게 인신매매 피해자에 대한 식별절차 및 보호조치 등에 관한 규정과 매뉴얼을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일선 경찰서에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이주여성 등 취약 계층에 대한 수사를 실시함에 있어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단체와 연계해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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