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태현 ‘스토킹 살인’ 결론…“처음부터 온가족 살해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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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9일 12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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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4.9 © News1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이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있다. 2021.4.9 © News1
경찰이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5)이 피해자 중 큰딸을 스토킹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김태현은 범행 당시 큰딸을 살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세 모녀 주거지에 들어가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경찰서는 9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큰딸이 더이상 찾아오지 말고,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연락처를 바꾼 이후에도 김태현은 연락을 시도하고 집을 찾아갔다”며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이 큰딸을 알게 된 건 지난해 한 게임 채팅방을 통해서다. 같이 게임을 하던 둘은 지난해 11월쯤 카카오톡과 보이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둘은 1월 초 처음 서울 강북구 모처에서 만나 게임을 하러갔다. 둘은 1월 중순에도 한 차례 더 만난 뒤, 게임을 하다 만난 다른 지인 2명까지 총 4명이 1월23일에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김태현과 큰딸은 이날 식사자리에서 말다툼이 있었고, 큰딸은 다음날 김태현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도, 찾아오지도 말라며 수신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김태현은 1월24일 큰딸의 거부 의사에도 주거지를 찾아와 저녁까지 주변을 배회했다”라며 “이후에는 주로 공중전화를 이용하거나 아는 지인을 통해 문자를 보내고, 연락을 시도한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현은 연락이 차단되고 만나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어했고, 화가 났으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인관계는 스스로도 아니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큰딸과 게임하면서 만날 땐 마음이 잘 맞았다고 느꼈으며, 채팅하고 카카오톡을 주고 받으면서 여자친구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호감의 표시를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경찰 수사 결과 김태현은 면식이 있는 큰딸 이외에도 작은딸과 어머니를 살해할 의도도 가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김태현은 여동생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고, 범행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큰딸을 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가족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거지로 향했다고 진술했다”며 “가족 살해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 1주일 전 계획…“검색하고 큰딸 근무일정 확인”

경찰은 김태현이 범행을 결심한 건 사건 1주일 정도 전부터로 보고 있다.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범행도구를 준비하거나, 인터넷에서 (범행 관련 용어 등) 검색한 것, 큰딸의 근무일정을 알아낸 정황 등을 볼 때 1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 걸로 보인다”라며 “범행 당일 PC방에 들러 화장실을 갔다가 마트로 들어가 흉기를 보고 주변을 살핀 뒤 절취하고 범행현장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또한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기에 도주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극단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걸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해 이후 의식이 돌아와서 맥주, 주스 등 음료를 마셨으나 밥을 먹진 않았고, 특별히 의미 있는 행동을 하진 않은 걸로 보인다”라며 “이후 김태현은 다시 자해를 시도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검찰 송치 과정에서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공개한 김태현에 대해 “너의 뜻대로 행동하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포토라인에 서서 마스크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현은 2월7일 이후 범행 당일까지 큰딸 주거지에 방문한 적이 없고, 큰딸과 김태현이 공통으로 아는 지인은 2명 정도이며, 범행 이후 큰딸의 휴대전화를 검색해 둘이 공통으로 아는 지인과 수신차단 및 친구목록 삭제 등을 한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또한 김태현은 홀로 있던 작은딸에게 퀵서비스 기사라고 속이고 집에 들어갔으며, 큰딸의 직장을 찾아간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현은 수신차단된 이후 잘 쓰지 않는 게임 아이디의 닉네임을 바꿔 큰딸과 소통한 것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스토킹 범죄라고 보고 있다”라며 “여죄는 영장집행을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해 문제가 나오면 수사하고, 이틀간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얻은 자료를 분석해 오늘부터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해 결론은 검찰이나 법원에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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