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경제 사이 딜레마… 3단계 격상여부 이번주에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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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2.5단계 거리두기 1월3일까지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비수도권의 2단계 조치를 내년 1월 3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그 대신 패스트푸드 매장 내에서 음료만 먹는 걸 금지하는 등 일부 보완책을 내놓았다. 심각한 경제 피해를 감안한 결정이다. 하지만 3단계 격상 기준이 충족됐음에도 잇달아 ‘땜질식’ 조치를 내놓아 확산세를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방역과 의료 대응 역량을 계속 확충하고 있어 한계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이 종료되는 내년 1월 3일까지 현행 거리 두기 단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3단계 격상 대신 29일 0시부터 추가 대책을 적용하기로 했다. 중대본은 전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나 디저트류만 주문할 경우 매장 내 취식을 금지하기로 했다. 수도권에만 적용되던 무인카페 내 착석 금지와 홀덤펍(holdem pub) 집합금지 조치를 비수도권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3단계 조치 없이 확진자 증가세를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에 누가 조언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의료진과 병상에 여유가 있다는데 현장에서는 의료 체계 과부하로 위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가 늦어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 직장과 대중교통 내 감염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5단계 유지의 득(得)은 경제, 실(失)은 국민 생명이다. 3단계 격상 조건은 이미 차고 넘치는데 격상을 하지 않는 것은 국민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방역당국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때 3단계 격상이 아직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권 1차장은 이날 “수도권의 감염 재생산지수가 지난주 1.27에서 1.07로 떨어진 것은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감염 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전파시킬 수 있는 인원을 말한다.

그렇다고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27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970명으로, 사흘 만에 1000명 미만으로 줄었지만 성탄절 연휴에 따른 일시적 감소일 가능성이 크다. 이날 사망자도 15명 나와 800명을 넘었다. 3차 대유행 이후 사망자는 증가세다. 누적 사망자는 지난달 20일 500명대를 넘어선 뒤 600명(이달 15일)으로 증가하는 데 25일이 걸렸지만, 700명 초과(22일)까지는 7일, 다시 800명(27일·808명)을 넘어서는 데는 5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치명률이 1%대를 유지하는 것을 긍정적 지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 대다수는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생긴 ‘착시 현상’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고위험 연령층인 60세 이상의 최근 1주간(20∼26일) 일평균 국내 환자 수는 318.1명으로 4주 전(11월 29일∼12월 5일) 116.3명 대비 3배가량으로 늘었다. 조만간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

전병률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환자 수가 줄어들 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국제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확산하고 있다”면서 “국민 스스로가 ‘이미 3단계’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코로나19#방역#경제#딜레마#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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