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도강간 혐의 60대, 징역 12년→무죄 확정…“증거 오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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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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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7월8일 새벽 2시13분쯤 제주시에 있는 2층 건물에 침입해 피해자 A양(19)의 방을 뒤지던 중 잠에서 깨어난 A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범인은 잠결에 아버지가 방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오인한 A양이 “아빠 왜”라고 말하자 방밖으로 나와 주방에서 있던 식칼을 가져와 A양의 목에 대고 통장을 가져오라고 협박했다. 범인은 A양이 통장의 위치를 모른다고 말하자 성폭행하려다 A양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도주했다.

A양은 경찰에서 범인이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 상·하의가 모두 검은색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확인을 통해 범행시각 직전인 2시6분께 사건 현장 100m 떨어진 위치에서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을 찾아냈고 이를 고씨로 특정해 재판에 넘겼다.

1심은 피해자가 진술한 범인의 인상착의가 고씨와 비슷하고,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다른 사람이 CCTV에 촬영된 사실이 없는 점, 범행 시각 행적에 관한 고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DNA 분석결과 범행에 쓰인 식칼에서 검출된 Y-STR(부계혈통검사) 유전자형 16개가 고씨와 동일한 점을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

동종 범죄로 실형전과가 있었던 고씨는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반면 2심은 “피해자는 범인을 명확하게 목격하지 못한 채 옷차림만을 기억해 진술했는데, 피해자가 묘사한 범인의 인상착의는 피고인의 키, 나이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CCTV 속 남자가 고씨와 동일인지 명확하지 않고, 설령 고씨가 맞다고 하더라도 범행시각 무렵 피해자 주거지 뒷골목 방향으로 이동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인으로 추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범인이 고씨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식칼을 곧바로 압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철수한 후 약 6~7시간이 경과한 후에 피해자 모친으로부터 식칼을 임의제출 받아 유전자감정을 의뢰했다”며 “그런데 당시 범행 현장에 출입한 경찰관은 약 10명이 이상 되는 것으로 보이고, 현장에서 과학수사팀 외의 경찰관들까지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식칼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실제 범인에게서 나온 것인지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을 파기하고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이를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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