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단계’ 불금이 사라졌다…“인원제한? 손님이나 있었으면”

  • 뉴스1
  • 입력 2020년 11월 21일 08시 05분


코멘트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 뒤 맞이한 첫 주말인 20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거리가 한산하다. 2020.11.21/뉴스1 © News1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 뒤 맞이한 첫 주말인 20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지구의 거리가 한산하다. 2020.11.21/뉴스1 © News1
“인원 제한하라는데 제한할 사람이나 있으면 좋겠어요”

광주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한 뒤 맞이한 첫 주말 밤. 자정을 막 넘겨 한창 ‘불금’ 때일 상무지구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겨우 3주 전 주말, 핼러윈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잊은 손님들이 북적였던 이곳은 4차 대유행의 중심지가 되며 거리 전체가 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술집·식당 등의 가게 내부와 도로, 골목 모두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휑하고 조용한 이 거리는 마치 일시 정지 상태처럼 보였다.

시민들이 모여 버스킹 공연을 감상하던 광장과 클럽 앞 길게 늘어섰던 줄은 없는 풍경이 됐다.

주말을 즐기러 온 청년들로 빼곡히 채워졌던 골목들은 이제 차량이 다닐 정도로 한산해졌다.

확진자들의 동선에 포함된 술집이 3곳이나 몰려있는 한 사거리. 가게 앞에서 입간판을 정리하던 상인 김모씨가 “저희 가게는 코로나19 안 나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다가왔다.

이에 의아해 “왜 그러시냐”고 묻자, 김씨는 “사람들이 하도 이 골목을 역병의 근원으로 보다 보니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해 김씨는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 전부에 빚까지 내서 술집을 차렸다고 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창궐한 코로나19로 현재는 ‘본전도 못 찾고 있는 상태’라며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정책에 협조하고 기다리면 하루라도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될 테니 버틸 때까지는 버텨보겠다”고 덧붙였다.

오래된 가게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이전 주말이면 늘 예약이 필요할 정도로 영업이 잘됐었다는 한 유흥주점의 업주도 최근들어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새로운 인원 제한 규칙을 숙지하고 방역 전문 업체와 계약도 했지만 모두 쓸모없는 짓이 됐다고 말했다.

손님이 와야 인원도 제한하고, 왔다 가야 방역도 할 텐데 손님 자체가 오지 않기 때문.

그는 “핼러윈 때 반짝 좋았다가 다시 지역경제가 침체됐다”며 “이번달은 직원들 인건비도 벌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한번 지나치면 얼굴을 기억할 정도로 텅 비어있던 상무지구 거리. 거리두기 1.5단계를 마주한 시민들의 표정이 제각각 달랐다.

주점 앞을 서성이던 윤모씨·김모씨(26)는 “이 동네 요즘 다 장사 안 해요?”하고 물었다.

윤씨는 “몇년만에 고향인 광주를 찾아서 친구를 만났다”며 “사람이 하나도 없어 ‘통행금지’가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길이 너무 휑해서 개미 한 마리도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그래도 이런 상황을 보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코로나19를 끝내려고 노력하는지를 알겠다”며 “(저희도) 오늘은 그만 자리를 끝내고 나중에 안정되면 만나야겠다”고 했다.

한편 거리두기 격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시민도 있다.

인근에 거주해 항상 유흥가를 오다녀야 했다는 조모씨(30)는 “최근 재난 알림 문자에 늘 동네가 언급돼 무서웠는데 오늘은 좀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한 술집 직원이 ‘놀다 가라’며 호객행위를 했는데 그 말이 함께 저승길 가자는 소리로 들렸다”는 경험을 털어놨다.

이어 “술을 마시면서 노는데 절대 감염이 안될 수가 없다”며 “최근 감염사례로 위험성을 인식한 만큼 계속해서 오늘처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7일 광주시는 지역 내 4차 집단감염이 확산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기로 발표했다.

19일 0시부터 적용된 이번 거리두기에서는 Δ테이블간 1m 이상 거리두기 Δ테이블간 칸막이 설치(총면적 50㎡ 이상) Δ테이블 한칸 띄우기 등을 지켜야 한다.


(광주=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