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근본부터 실패…역사적 책임 져야” 현직 검사, 추미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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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28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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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과 감추지 않은 채 인사, 지휘, 감찰 남발되고 있다”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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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가 2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검찰개혁이 실패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환우 제주지검 형사1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개혁은 실패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밝혔다.

이 검사는 “검찰개혁에 대한 일선 검사로서의 소회를 밝히겠다”며 “내년부터 시행될 수사권 조정, 앞으로 설치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많은 시스템 변화에도 불구하고, 검찰 개혁은 그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 아니, 깊이 절망하고 있다”며 “‘역시 정치인들은 다 거기서 거기로구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 지휘권, 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마음에 들면 한없이 치켜세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찍어 누르겠다는 권력의지도 느껴진다. 이미 시그널은 충분하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검찰권 남용 방지라는 검찰 개혁의 가장 핵심적 철학과 기조는 크게 훼손됐다”며 “검찰 개혁에 대한 철학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앞으로 공수처 수사의 정치적 중립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치는 잘 모르겠다. 지금의 정권이 선한 권력인지 부당한 권력인지는 제가 평가할 바가 못 된다”며 “다만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검사는 끝으로 “먼 훗날 부당한 권력이 검찰 장악을 시도하면서, 2020년 법무부 장관이 행했던 그 많은 선례들을 교묘히 들먹이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법적·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한편 이 검사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검사는 최근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을 수사했고, 지난 1월 재판에서 고유정의 범행을 설명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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