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장갑 때문에 다른 후보 찍어”…투표지 찢은 60대, 2심도 ‘선고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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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7일 0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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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4·15 총선)에서 비닐장갑을 낀 손이 미끄러워 잘못 기표했다며, 투표지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투표지를 찢은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함상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67)에게 원심과 같이 250만원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 부장판사는 “박씨가 악의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의 형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시는 투표를 할 때 특이한 행동을 하지를 않길 바란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4월1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소재의 한 투표소를 방문해 뽑으려던 후보 쪽에 기표하지 못하고 실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급된 비닐장갑 착용으로 손이 미끄러웠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선거사무원에게 투표지를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한 박씨는 잘못 기표한 지역구 투표지와 기표하지 않은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구겨버렸다. 이를 만류하는 선거 사무원들의 제지를 뿌리친 박씨는 투표지와 투표용지를 인근 공원으로 가지고 나가 찢어버렸다.

이후 스스로 경찰을 찾아가 자수한 박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재판을 받게 됐고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박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이 법률적 지식이 부족해 투표용지를 가지고 나왔다”며 “선거사무원이 투표용지를 가지고 나가면 안된다고 설명했을 수 있지만 피고인의 청력이 좋지 않아 듣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박씨는 청력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법원에서 준비한 보청기를 착용해도 박씨가 잘 듣지 못하자, 재판부는 피고인석 컴퓨터 화면에 글을 띄우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1심은 “박씨의 청력이 좋지 않아 선거사무원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점이 사건 발생의 일부 원인을 제공했고, 선거관리 사무에 지장을 준 정도가 경미하다”며 “박씨는 범죄 전력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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