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27만명분 영하에 노출… 유통과정 부실 또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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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독감백신 검사결과 발표

정부가 유통 중 상온에 노출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검사한 결과 품질에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백신은 영하(0도 미만)로 운송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유통 과정의 문제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질병관리청(질병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일 독감 백신 유통 과정 조사 및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9월 10~21일 신성약품과 협력업체 디엘팜이 운송한 539만 도스(dose·1회분 투입량) 가운데 상·하차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약 17만 도스로 확인됐다. 이 밖에 2000도스는 운송 도중 길게는 800분(13시간 20분)가량 적정 보관 온도(2~8도)를 벗어났다. 보관 온도가 아예 확인되지 않은 물량도 3만 도스였다. 0도 미만 온도에 노출된 백신도 있었다. 이처럼 적정 온도를 벗어났거나 적정 온도 유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물량은 총 48만360도스에 달했다. 정부는 14개 지역에 배송된 백신 중 2100도스를 샘플로 수거해 적정 온도를 벗어난 조건에서 14일간 무균실험 등을 진행한 결과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성약품과 조달계약을 체결한 8개 업체가 생산한 백신 1만2736도스를 별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8개 제품 모두 25도에서 24시간 노출돼도 품질에는 이상이 없었고, 37도에서는 5개 제품이 72시간 이상, 1개 제품은 48시간, 2개 제품은 12시간 품질을 유지했다. 질병청은 “이번에 유통 중 문제가 된 백신 중에는 37도 환경에 노출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영하의 온도에서 운송된 백신이 27만770도스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 과정상 새로운 문제가 발견된 셈이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동결이 됐을 경우 백신에 뿌연 침전물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경우 주사기가 막힌다든지 접종 현장에서 실제적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물량에서 동결이 발생했다는 뜻은 아니며 0도 미만 보관 제품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운송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물량은 수거하기로 했다. 품질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백신의 효력이 떨어지는 ‘물백신’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다. 수거 대상 물량이 배송된 곳은 서울 대구 인천 광주 경기 강원 충남 전남 경북 경남 제주 등 11개 지역이다. 이 가운데 7개 지역에서 554건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예방접종심의위원회를 거쳐 이들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접종이나 환불 등도 검토될 전망이다.

정부는 12일부터 접종을 재개할 계획이다. 지난달 22일 이후 접종이 중단됐던 고등학생(만 16~18세)과 중학생(만 13~15세) 무료 접종이 재개된다. 당초 고등학생은 9월 22~29일, 중학생은 10월 5~12일이 집중 접종 기간이었다. 초등학생(만 7~12세)과 임신부의 경우 앞서 지난달 25일부터 접종을 재개했다.

일부 시민은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신모 씨(37·여)는 “일부 백신이 정말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니 영·유아용이나 유료 접종 물량 등 다른 백신들은 괜찮은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신성약품이 배송한 539만 도스 중 식약처가 검사를 시행한 샘플은 1만4000여 도스에 불과해 100% 안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백신 관리를 여러 기관이 맡다 보니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지 image@donga.com·강동웅 기자
#독감백신#영하#노출#유통과정#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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