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경고음 커져도… 점심시간 다닥다닥, 마스크 벗고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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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갈곳 마땅찮아” 북적… 마스크 내리거나 안쓴 고객 많아
스타벅스 확진자 이어져도 무신경… 무인 스터디카페는 더 심각
“마스크 꼭 쓰고 오래 있지 말아야”

서울 도심 카페의 두 모습 18일 낮 12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위사진). 이곳에는 점심시간 한때 고객 40명 이상 밀집했으나 마스크를 쓴 사람은 3명뿐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고객이 이용할 수 없는 좌석을 표시해 두기도 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전영한 기자
서울 도심 카페의 두 모습 18일 낮 12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위사진). 이곳에는 점심시간 한때 고객 40명 이상 밀집했으나 마스크를 쓴 사람은 3명뿐이었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고객이 이용할 수 없는 좌석을 표시해 두기도 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전영한 기자
18일 낮 12시 20분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3·여)는 식사 뒤 한참 동안 주변 카페들을 돌아다녔다. 서너 곳을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 직장인이 많은 여의도는 점심시간 커피숍의 자리 잡기가 쉽진 않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재확산에도 상황은 변하질 않았다. 이 씨는 “무더운 여름에 외부 손님을 모시고 갈 선택지가 카페밖에 없긴 했다”며 “하지만 카페마다 사람이 몰려 있어 불안했다”고 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코로나19 2차 팬데믹(대유행) 조짐을 보이는 건 전방위적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교회가 가장 주목받지만, 다른 다중이용시설도 만만치 않다. 경기 파주에 있는 스타벅스 관련 확진자도 18일 현재 50명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카페도 요주의 대상이다. 하지만 수해 뒤 찾아온 무더위로 카페 이용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 게다가 먹고 마시는 업종 특성상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용자가 많다.

○ 1m 이내로 밀착, 마스크 착용도 허술

이날 동아일보 취재팀이 점심 무렵 둘러본 카페 10여 곳은 한 곳도 빠짐없이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거나 아예 벗은 고객이 즐비했다. 여의도의 A 카페는 고객 44명 가운데 마스크를 제대로 쓴 사람이 3명뿐이었다. 음료를 마실 때만 잠깐 내리는 게 아니라 아예 벗은 시민도 20명 남짓 됐다. 카페에 머물던 김모 씨(45)는 “솔직히 마스크 쓰고 커피를 마실 순 없지 않으냐. 다만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괜스레 서로 마주보며 씁쓸히 웃곤 했다”고 말했다.

불안한 풍경은 자리에 앉는 카페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서울 도심의 한 은행에서 근무하는 직원 A 씨(31)는 이날 점심 뒤 동료들에게 ‘테이크아웃’을 제안했다고 한다. 괜히 커피숍에 머물지 말고 포장해 가져가는 게 나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테이크아웃 전문점에 갔다가 A 씨 일행은 그냥 발길을 돌렸다. A 씨는 “길게 늘어선 줄 간격이 50cm도 되질 않았다”며 “게다가 날씨와 소음에 대화가 힘들다보니 순간순간 마스크를 내리는 이들도 많아 같이 줄을 서 있기가 께름칙했다”고 전했다.

그나마 종업원이 있는 카페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수시로 마스크 착용 등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 강남역이나 노량진역 인근에 많은 ‘무인 스터디카페’는 훨씬 감염에 취약한 구조였다. 관리 감독할 직원이 없다보니 방역지침을 어겨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18일 찾아간 강남의 한 스터디카페도 마스크 착용이나 손 세정이 지켜지질 않았다. 음료를 가지러 가도 옆에 비치된 손 소독제를 쓰는 고객은 30분 동안 한 명도 없었다. 해당 카페에서 만난 B 씨(29)는 “당연히 사람이 몰리니 조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공부에 집중하다보면 무심결에 마스크를 벗게 된다”고 털어놨다.

○ “밀폐공간은 떨어져 앉아도 위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카페 관련 방역수칙을 별도로 마련했다. 해당 수칙에 따르면 카페 이용 땐 ‘혼잡한 시간대에 방문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방문해도 포장하거나 머무르는 시간을 최소화’하란 내용이 있다. 하지만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 씨는 “솔직히 현실적이지 않다. 직장가는 대부분 점심 때 이용하는데 혼잡한 시간을 어떻게 피하느냐”고 되물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 카페는 밀폐공간이라 비말(침방울)이 실내에 떠다닐 가능성이 있다. 에어컨 바람을 타면 멀리 떨어진 공간으로도 옮겨 간다”며 “일단 충분한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지키고, 웬만하면 밀폐공간에 머물지 않고 음료를 마실 때만 잠시 마스크를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조응형 yesbro@donga.com·김태성·박종민 기자
#코로나19#카페발 확산#마스크#무인스터디카페#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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