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마다 대통령들은 ‘시장’에 간다…지켜보는 野는 ‘불편’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16일 16시 55분


李 모란시장 등 방문에 국힘 “관권선거”
尹, 계엄선포 전날 시장서 “저 믿으시죠”
文, 코로나-지진 등 고비 때 자주 방문
朴, 서문시장 자주 가…盧, 소주 마시기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경기 성남 모란민속 5일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경기 성남 모란민속 5일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울산 남목마성시장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울산 남목마성시장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경기 성남 모란시장, 울산 남목마성시장 등 전통시장을 잇달아 방문하자 국민의힘 등 야권이 “관권선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은 민생 현장을 직접 살피거나 지지 기반 다지기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장을 찾았다. 시장은 정부의 정책이 현장에서 잘 시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 尹, 계엄선포 전날 시장에서 “저 믿으시죠”


2022년 4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을 방문해 환영 나온 시민들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2022년 4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을 방문해 환영 나온 시민들 앞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전통시장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등 시장을 정치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대통령 당선 후 2023년에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정 지지율이 떨어질 땐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만나고 옥수수, 떡 등을 사기도 했다.

4·10 총선이 치러진 2024년에는 1월부터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진행하며 전통시장 일정을 챙겼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인 취임 2주년엔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장바구니 물가 상황을 점검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2024년 12월 2일에는 충남 공주 산성시장을 방문해 “많이 힘드시죠. 정부도 노력하고 있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며 “용기 잃지 말고 힘내주길 바란다. 저 믿으시죠”라고 발언했다. 다음날 계엄이 터지자 윤 전 대통령의 “저 믿으시죠” 시장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 文, 코로나19-지진 때 주로 찾아가

2020년 2월 1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어묵을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는 것을 감안한 현장방문이다. 청와대 제공
2020년 2월 12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에서 어묵을 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인한 민생경제 위축 우려가 커지는 것을 감안한 현장방문이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진이나 코로나19 등 국가적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민심을 다독이려 전통시장을 자주 방문했다.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당시 피해 현장을 방문한 뒤 죽도시장을 찾아 과메기 16박스를 구입했다.

2020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을 방문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어묵과 인삼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사기도 했다. 같은 해 부인 김정숙 여사도 서울 중랑구 동원전통종합시장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연이은 전통시장 방문에 당시 야당은 ‘총선용’이라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에는 4년 전 화재 피해로 소실됐다가 다시 문을 연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았다. 이 외에도 추석과 설 등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기도 했다.

● 朴, 정치적 고향 서문시장 즐겨 방문

2015년 9월 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9월 7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시절 전북 익산 금마시장에서 직접 지갑을 꺼내 미나리 5000원어치를 구매하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그간의 ‘귀족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선 이후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일 때마다 전통시장을 방문해 반등을 노렸다. 특히 메르스(MERS·증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 위기가 찾아오면 정치적 고향인 대구의 서문시장을 자주 찾아 뜨거운 지지를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서문시장에서 대부분 환대를 받았으나 2016년 화재 사건 직후에는 시장에 10여 분만 머물러 상인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 盧, 상인이 따라주는 소주 마시기도

2007년 6월 27일 청주 육거리 재래시장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시장 중앙통로 과일 상점에서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동아일보DB
2007년 6월 27일 청주 육거리 재래시장을 방문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시장 중앙통로 과일 상점에서 과일을 구매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서울 길음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취임 후 첫 전통시장 방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인근 주민들이 따라주는 소주를 마시는 등 친숙함을 강조했다. 2007년에는 재래시장의 성공 사례로 꼽힌 청주 육거리시장을 찾아 성과를 확인하고 참외 등을 구매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들이 시장을 방문한 이유로 ‘날 것’의 민심을 대면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지지자들이 환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따금 항의나 냉대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인파에 둘러싸인 모습을 연출해 지지율 반등을 노리는 경우도 있었다. 청와대나 대통령실 등 구궁궁궐에 둘러싸인 대통령이 시장에서는 ‘서민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의 정치학으로 꼽힌다.

다만 방문 시점이 선거와 연결될 경우 대부분의 경우 야권은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시점에서는 야당의 반발이 더욱 심했다. 앞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시장 방문을 비판하는 야권을 향해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 또 명분이 있는 행사, 또 가야 될 곳을 가고 계신다”고 반박했다.
#전통시장#시장의 정치학#이재명 대통령#관권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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