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선배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러울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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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
故이종우 경감 영결식 열려
인명구조 등 공로로 표창 18회
“악천후 속에서도 망설임없이 나서”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12일 엄수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희생자 이종우 경감 영결식에서 강원지방경찰청 간부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춘천=뉴시스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에서 12일 엄수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희생자 이종우 경감 영결식에서 강원지방경찰청 간부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춘천=뉴시스
“악천후 속에서도 도움 요청에 망설임 없이 나섰던 멋진 선배님이셨는데…. 그런 선배님을 데려간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12일 오전 강원 춘천시 호반체육관.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로 순직한 춘천경찰서 서부지구대 소속 고 이종우 경감(54)의 영결식이 열렸다. 이 경감과 동고동락한 김희석 경사의 고별사가 진행되자 동료들은 힘겹게 눈물을 참아냈다. 그러나 도저히 슬픔을 참을 수 없었던 유가족의 울음소리는 식장 맨 뒤에까지 들릴 정도로 컸다.

김 경사는 “차가운 물속에서 얼마나 무서웠습니까. 하늘나라에서는 모든 시름 잊고 평안히 영면하십시오”라는 마지막 인사로 이 경감을 떠나보냈다.

김규현 강원지방경찰청장은 조사를 통해 “당신은 자신의 안위보다 주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던 의로운 경찰이었다”며 “당신의 열정과 용기,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당신의 숭고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경감은 6일 오전 11시 반경 의암호에서 인공수초섬이 떠내려간다는 신고를 받고 순찰정 ‘강원101호’를 운전해 출동했다가 전복되면서 실종됐다. 이 경감은 이틀 뒤인 8일 사고지점과 3km가량 떨어진 하류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순찰정은 전날 발견됐다.

그는 1991년 7월 경찰에 들어와 29년 동안 춘천과 양구 등지에서 근무했다. 치안의 최일선인 파출소와 지구대 근무를 주로 했고, 1998년 해기사(소형 선박 조종) 면허를 취득한 이후에는 11년 동안 소양호와 의암호 등에서 순찰정 업무를 맡아왔다. 이 경감은 인명 구조와 사고 예방 등의 숱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 3회, 강원지방경찰청장 표창 5회, 춘천경찰서장 표창을 10회나 받기도 했다.

이 경감의 친구이자 동료인 정문교 경위는 “지난달 14일 의암호에서 실종 사고가 발생해 함께 수색했는데 그게 마지막 만남이 됐다”며 “빈틈없고 철저했던 훌륭한 경찰관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경감의 후배인 한 경찰관은 “사고 당일 형과 통화할 때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맴도는 것 같다. 이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다니 안타까울 뿐”이라며 비통해했다.

영결식에 앞서 이 경감이 주로 근무하던 의암호 순찰정 계류장 앞에서 노제가 열렸다. 영결식 후에는 화장장인 춘천안식원을 거쳐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이 경감은 경위에서 경감으로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다. 영결식은 강원지방경찰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유족으로 어머니와 아내(50), 20대의 두 아들이 있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고 이종우 경감 영결식#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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