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시험지 받은 숙명여고 쌍둥이 1심 유죄

유원모 기자 입력 2020-08-13 03:00수정 2020-08-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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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둘다 1년6개월형 집유
“공교육 신뢰 해치고 반성 없어”
“피고인들을 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에 처한다. 피고인들에 대해선 각 2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한다.”

12일 오전 10시 40분. 40분간 이어진 선고가 끝난 후에도 10대 쌍둥이 자매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법정을 나서면서도 사과나 반성의 얘기가 없었다. 그 대신 변호인이 “법원이 도피성으로 판결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 A 씨(54·수감 중)로부터 시험 문제와 정답을 받아 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 B 양(19)과 C 양(19)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앞서 아버지 A 씨는 올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된 바 있다.

쌍둥이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차례에 걸친 시험에서 아버지가 빼돌린 시험 문제와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자매는 재판 과정 내내 “실력에 따른 시험 점수 상승”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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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자매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정답의 유출 정황 중 하나인 시험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정답을 적은 것에 대해 자매 측은 “시험이 끝난 후 반장이 불러준 답안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반장이 불러준 정답과 일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오히려 사전에 유출된 모범 답안과 일치한다. 시험 전 알게 된 정답을 외웠다가 까먹지 않기 위해 기재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아버지 A 씨가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사실관계를 이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숙명여고 학생들에게서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했으며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려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들이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버지가 이미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점과 피고인들도 이 사건으로 학교에서 퇴학당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선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는 재판 과정에서 직업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숙명여고 쌍둥이 1심 유죄#사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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