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방사’ 황새 32%, 북한 거쳐 러시아까지 간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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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대 황새硏, GPS부착 추적

야생 방사된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들이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북한을 거쳐 러시아 아무르강까지 오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남영숙)은 “2015년 방사 때부터 황새 몸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부착해 추적한 결과 32%가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황새연구원은 예산황새공원에 방사한 황새 58마리와 이들이 야생 둥지에서 짝지어 번식한 황새 49마리 등 107마리 가운데 50여 마리의 몸에 플라스틱으로 된 60g짜리 GPS를 어깨 끈으로 매달았다. GPS는 매일 2시간 간격으로 이동 경로를 보내준다. 다만, 북한 지역은 로밍이 안 돼 수신이 끊어졌다가 황새가 다시 러시아나 중국, 한국 등으로 이동하면 그동안 저장된 정보를 토대로 북한 이동 경로를 파악할 수 있다. 황새연구원 김수경 박사는 “황새들은 경기도 지역의 한강 하구를 시작으로 서해나 동해 중 한 곳을 따라 해안선을 끼고 북한 지역으로 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중 ‘행운’이라는 이름의 황새(개체식별번호 B62)는 지난해 3월 한국을 떠난 뒤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머무르면서 중국 산둥(山東) 지역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갈황’(개체식별번호 A81)이도 중국과 북한을 오가고 있다. 김 박사는 “황새들은 먹이 다양성이 풍부한 곳을 찾다 보니 내륙보다는 갯벌이나 농경지가 발달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북한에서는 황해남도와 평안도, 함경남도 지역을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번 추적 조사는 과거 우리나라의 텃새였던 황새가 러시아나 일본까지도 왕래했었을 것이라는 학자들의 가설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새연구원은 앞으로 해마다 10개씩의 GPS를 달아 지속적으로 황새의 이동 경로를 추적 조사해 정확한 황새 이동 패턴과 개체군 간의 이동을 분석할 예정이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20여 마리의 황새를 러시아에서 들여와 복원 사업을 시작해 2002년 세계에서 4번째로 황새 인공 번식(알을 인공으로 부화시켜 실험실에서 키우는 것)에 성공했다. 이듬해에는 황새 어미가 새끼를 직접 기르는 자연 번식도 이뤄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2015년 9월 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있는 예산황새공원에 야생 방사를 했다. 현재 118마리가 이곳에 살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충남 예산#황새공원#한국교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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