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연계 대비 필요… 이해도 높이고 꼼꼼히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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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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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서 한국교육평가인증 국어교육연구소장의 모평 분석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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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작년 수능 정도의 난도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능에 비해 문학 파트에서 답을 고르기 어려운 문항들이 있어, 등급 컷이 수능에 비해 다소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독서에서 새로운 유형이 나왔지만 무난하고 평이했다. 고전시가에서 평가원 역사상 처음으로 비연계 작품을 출제했다. 고전시가 외에도 현대시와 고전소설-시나리오 복합에서도 비연계 작품이 출제됐다. EBS 연계율이 낮아지면 문학 파트의 난도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다. 낯선 작품에 적응하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화법과 작문은 거의 언제나 새로운 유형이 나오지만 풀이의 기본은 하나다. 지문과 선지를 꼼꼼히 읽고 정답을 고르기. 문법 파트의 지문 결합형 문항은 예년에 비해 평이했다. 지문의 구조도 단순했고 정보량도 많지 않았다. 14번 문항은 단골 출제되는 안긴문장·안은문장 문항의 변주로서, ‘보기’에 주어진 예문이 색달랐다. 15번 문항도 띄어쓰기를 묻고 있지만 사실은 밑줄 친 단어가 ‘조사’인지 아닌지를 묻는 문항이었다. 두 문항 모두 오답률이 높았지만 문법의 기초를 다진 학생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국어 파트 중에서 기초적인 배경 지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트가 문법 파트라는 것을 새삼 확인하게 해 준다.

독서 파트의 인문에서 동일한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의 두 글이 묶여서 지문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유형상의 새로움이 있지만 지문이나 문항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어 보였다. 17번에서 1번 선지를 골라 틀린 학생이 많았는데, 이 정도로 깔끔하고 명료한 지문의 내용 일치 문제를 틀리면 안 된다.

기술 지문은 다소 불친절한 서술, 짧은 분량, 그렇게 많지 않은 정보량이라는 최근 독서 지문의 경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문항 선지들은 생각을 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것은 지문의 내용을 상당 부분까지 이해해야 함을 뜻한다.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28번 문항에서는 3번 선지를 골라 틀린 학생이 많았는데, 짧은 지문의 독해에서 이해도가 중요함을 보여 주는 선지가 아닌가 싶다. 피사체의 모서리를 ‘특징점’으로 선택하는 이유를 이해한 학생이라면, ‘모서리들 간의 차이’가 아무 의미 없는 빈 말이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회도 기술과 마찬가지로 최근 경향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31번 문항의 ‘보기’ 유형은 처음 등장했지만 지문을 읽고 법인세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한 학생은 틀리기 어려운 문제였다. 32번 문항은 주로 유인 비용·접근 비용의 의미를 파악했는지 묻고 있다. 유인 비용은 지식 재산 보호가 약할 때 발생하고, 접근 비용은 지식 재산 보호가 강할 때 발생한다. 3번 선지를 보자. 지식 보호 수준을 낮춰 접근 비용을 높인다? 하지만 접근 비용은 지식 보호 수준이 높을 때 발생하는 것이다. 굳이 ‘보기’를 고려하지 않고 선지만 읽고도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됨을 알 수 있다.

문학 파트의 현대시에서는 23번 문항이 까다로웠지만, 명령형 어미를 가진 ‘숨으라’와 ‘사양하라’를 22번 문항의 3번 선지를 통해 확인하면서 그 의미에 대해서도 한 번쯤 더 생각했으면 ‘샛별’과 ‘싸릿순’이 지향점으로 기능할 수 없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고전 시가에서 비연계 작품이 나왔지만 문항 난도가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중에 오답률이 제일 높았던 39번 문항을 보자. 정답인 2번 선지는 왜 적절하지 않을까? ‘백옥’, ‘동명’에 빗대어 자연의 영속성을 표현한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해당 구절은 자연의 영속성보다는 봉우리의 아름다움이나 역동성을 표현한 것이므로. 그러나 평가원에서 적절하지 않은 표지를 이렇게만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왜? 자연의 영속성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절대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은 봉우리를 ‘동명’에 빗댄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읽어 줬어야 한다. 3번 선지에서 힌트가 주어졌듯이 봉우리는 ‘동명’을 박차는 듯하다고 했다. 이는 봉우리를 ‘동명’에 빗댄 표현이 아니다.

시가 파트에서는 “시를 잘 읽어 주는” 느낌을 주는 선지가 적절한 선지이다. 시를 잘 읽어 준다는 것은, 시어나 시구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 주며 읽어 주되, 여러 가지로 해석될 만한 시어나 시구에 대해서는 과도한 해석 혹은 정형화된 해석을 가하지 않고 적정한 선을 지켜 읽어 준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니 요점 정리식의 시 공부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평가원이 출제하는 시 문항 풀이에 독(毒)이 된다.

현대 소설은 작품의 특징을 잘 살려 서술상 특징을 묻는 문항이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됐지만 대체로 모든 문항이 평이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전소설과 시나리오가 묶여 나왔다. 이 점이 일단 새롭다면 새롭지만 제시된 작품에 대한 사실적 이해를 묻는다는 기존의 출제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오답률이 높았던 42번 문항을 보자. ‘보기’에 영웅소설의 일반적 특징을 제시해 주고 이러한 일반적 특징과 다른 점(혹은 공통점)을 주어진 제시문에서 확인할 수 있느냐라는 문학 문항의 기본적인 성격은 그대로다. 3번 선지와 4번 선지를 고른 학생이 많았다. 하지만 두 선지의 내용은 각각 ‘선도를 닦자’라는 화담의 말에 전우치가 그러겠노라고 한 것, ‘모친을 봉양’하기 위해 황금을 취하려 한다는 것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45번은 꽤 까다로운 문항으로 생각된다. 2번과 3번 선지를 고른 학생이 많았다. 관점에 따라서는 약간 애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4번은 확실히 틀렸다. 전우치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도술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하고 있고 그렇게 하나하나 이야기할 때마다 괄호 안에 관련된 장면이 제시되어 있다. 이것을 두고 ‘여러 공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각각의 장면’이라고 했으니, 완벽하게 틀린 것이다.

문학 파트의 문항에서 가장 적절한 선지를 고를 때에는 작품에 가장 딱 맞는 선지를, 적절하지 않은 선지를 고를 때에는 틀린 표지를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선지를 골라야 한다. 평가원이 문학 문항을 출제할 때의 대원칙이다. 문학 문항의 유형은 새로울 수 있으나 이러한 대원칙은 깨지지 않는다. 이번 6월 모의고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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