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대’보다 암울한 ‘코로나 세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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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대 고용률 54.6%에 그쳐… 외환위기 때보다 취업문 좁아져
“눈높이 낮췄지만 알바도 가뭄”… 복제약 테스트 투입도 감지덕지

5일 서울의 한 종합병원. 외래진료가 시작하기 전인 오전 7시 박모 씨(19)가 병원을 찾았다. 그가 향한 곳은 임상시험센터.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복제약품이 기존 약품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는 시험이다.

박 씨는 생동성시험 아르바이트 참가자 중 한 명이다. 1, 2차에 걸쳐 열흘가량 투약과 채혈을 반복한다. 모두 끝나면 약 130만 원을 받는다. 현재 1차 시험 중인 박 씨는 “솔직히 부작용이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던 박 씨는 지난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급휴직을 통보받았다. 회사는 복직 시기를 말하지 않았다. 재취업에 나섰지만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었다. 그는 “주사 맞으며 누워 있는데 내가 돈 벌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란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 가족은 그가 무급휴직 중이고, 생활비 마련을 위해 생동성시험 참가 중인 걸 모른다.

이날 임상시험센터 대기실에는 청년 13명이 신체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를 지망하며 출판사 취업을 준비하던 조모 씨(22)도 이 중 한 명이다. 그는 올해 초 군 전역 후 자신의 꿈을 접었다. 소설가의 꿈을 키우기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비상이었다. 조 씨는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해온 나도, 친구들도 이제는 뭐라도 해서 먹고살자면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준비한 모든 게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식당 서빙을 비롯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조 씨도 최근 생동성시험 같은 단기 일자리를 찾아다니고 있다.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손모 씨(32)는 “이제는 어디 받아주는 곳만 있어도 고마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충격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청년에게 훨씬 가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에 머물렀다. 4월 기준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가장 낮다. 문제는 앞으로 ‘코로나 세대’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절망적인 시간을 보낼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2차례 휴학 끝에 올해 대학을 졸업한 이모 씨(24·여)는 “문구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학생들 등교가 미뤄지면서 그만뒀다”며 “뉴스나 교과서에서 보던 IMF 세대 같은 표현이 내 꼬리표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송혜미 1am@donga.com·박성민 기자

#코로나 세대#고용률#일자리 충격#청년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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